단통법 후폭풍에 얼어붙은 휴대폰시장…LG·삼성전자 '악전고투'
<편집자> 지난해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된 지 8개월이 넘었지만 단통법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애초 단통법 도입 취지대로 지원금 수혜자간 차별이 해소되고 통신비 거품이 제거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단말기 제조사들은 애플만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며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단통법이 소비자 뿐 아니라 제조사·중소유통점 모두를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뉴스핌은 단통법의 핵심인 보조금 상한선 제도가 통신비 인하와 소비자 편익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지 다각도로 짚어보고자 한다.
[뉴스핌=김연순 기자] "LG전자의 전략 프리미엄 스마트폰 G4의 경우 시장점유율이 1%라는 얘기가 나온다"(전자업계 고위관계자)
지난해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휴대폰 단말기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시장 점유율이 10% 아래로 급락하는 등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산소마스크로 연명하던 3위 제조사였던 팬택이 법 시행 이후 직격탄을 맞아 청산위기에 내몰린 반면, 단통법 규제에서 자유로운 애플은 '단통법 최대 수혜자'로 국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 G4 점유율 1%까지…LG 휴대폰사업 고사 위기
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단통법 시행 이후 국내 시장에서 애플만 수혜를 입었다며 정부에 단통법을 개정해 보조금 상한선을 폐지해 달라고 건의서를 제출했다.
단통법은 휴대폰 지원금 차별을 없애고, 유통·과당경쟁의 문제점을 정상화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됐다. 들쑥날쑥한 지원금으로 소비자에 따라 단말기 가격이 수십만원씩 차이가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소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단통법 도입의 공식 입장이었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 후 업계에선 이통사만을 위한 법이라는 논란이 지속돼 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단통법의 직격탄을 국내 휴대폰 제조사가 받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단통법 시행에 찬성했던 LG전자가 법 시행 1년도 안돼 보조금 상한선(법 시행 당시 30만원, 4월 33만원으로 상향) 폐지를 주장하고 나선 것도 휴대폰사업의 고사 위기 때문이다.
전자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LG전자는 LG유플러스라는 통신사도 있었기 때문에 단통법 도입에 반대 입장을 피력하지 않았지만, 최근 생사가 달린 상황이 되면서 정부에 건의서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이통시장 단말기 판매대수, 출처:미래부> |
실제 단통법 이전 국내 휴대전화 시장에서 20%대를 유지해오던 LG전자의 점유율은 단통법 시행 이후 10%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올해 초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G플렉스2'와 전략 스마트폰인 'LG G4'의 판매 실적도 기대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전략 프리미엄 스마트폰 G4의 경우 점유율이 1%대라는 얘기까지 전해진다.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한때 70%에 육박하던 삼성의 점유율은 단통법 시행 초기 50% 초반까지 빠진 바 있다. 현재는 60%대 점유율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구입 보조그 축소로 단말기 교체를 꺼리게 되면서 연간 1200만대에 달하던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단통법 시행 이후 연간 600만대 수준으로 반토막났다.
전에는 40만원이면 살 수 있었던 휴대폰 단말기가 단통법 시행으로 70만원에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휴대폰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다는 얘기다. 정부가 기대했던 휴대폰 제조원가의 인하폭은 단통법 이후에도 크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단통법 때문이 아니라 지난 2011년을 기점으로 단말기 판매가 매년 10% 수준으로 하락하는 추세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 감소 역시 단말기 판매 감소에 기인한 것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류제명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단통법으로 단말기 판매량이 급감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또한 법 시행후 프리미엄폰 판매비중 자체도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단통법 최대 수혜자는 애플…LG·삼성전자 '한숨'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조사의 시장점유율 하락의 반대급부는 고스란히 애플이 가져가고 있다. 단통법 시행 전만 해도 5.3%에 불과했던 애플 아이폰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0~12월 27.3%로 수직 상승했다. 애플은 신제품 아이폰6의 인기가 더해지면서 판매량이 가장 떨어지는 2분기에도 20%에 가까운 점유율을 유지했다. 보조금이 묶이면서 어차피 비슷한 가격이면 갤럭시S나 G시리즈 대신 아이폰을 써보자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자업계 고위관계자는 "정부는 보조금 상한선을 설정하면 고가 휴대폰에 대한 수요가 줄고 중고폰이나 저가의 중국폰 수요가 늘면서 소비자의 통신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구조적으로 새 제품에 대한 접근을 떨어뜨리자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나라마다 통신사마다 전략을 달리해서 접근해야 하는데, 단통법 이후 실제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애플이 단통법의 최대 수혜자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미래부는 최근 이례적으로 단말기 제조사별 시장 점유율을 공개했다. 미래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삼성전자 점유율은 63.4%, LG전자는 20.9%, 애플은 13.1%다. 업계의 평가처럼 LG전자가 단통법의 직격탄을 맞고 애플이 최대 수혜자라는 주장을 반박하는 수치다.
류제명 통신이용제도과장은 "국내 시장에서 애플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 데는 다양한 요인이 있고, 아이폰6+ 출시 이후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국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미래부가 제시한 점유율 수치와 업계에선 체감하는 수치와는 간극이 큰 상황이다. 불과 1년 전 단통법 도입에 찬성 입장을 표명했던 LG전자가 급히 상한제 폐지를 요청한 것은 업계의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유럽과 신흥국의 환율급락에 실적 직격탄을 맞고 있는 전자업계가 단통법 후폭풍이라는 이중고에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