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청구공사 금액 급증→현금흐름 마이너스→금융권 차입 급증 '악순환'
[뉴스핌=윤지혜 기자] 3조원대 분식회계 논란을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3월 상장폐지된 우양에이치씨와 '판박이'라는 게 IB업계의 중론이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 업체였던 우양에이치씨는 플랜트 기자재를 만드는 조선업체로 상장폐지로 가는 과정에서 미청구공사 금액과 매출채권이 급증하는 가운데 금융권 차입규모가 함께 늘어났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이 겪고 있는 재무상황과 공통점을 보였다.
문제의 시발점이 된 미청구공사는 장부에는 매출과 순이익으로 잡히지만, 발주처에서 돈을 받지 못해 실제 '현금유입이 없는 미실현 순이익'이다. 그러나 배나 플랜트는 인도후 현금을 받기까지 운전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차입이나 증자를 통해 비용을 조달해야한다.
우양에이치씨는 부도 직전까지 영업이익이 연속 사상 최대를 경신하는 등 장부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반면 미청구공사 규모가 2012년에는 1380억원, 2013년 1718억원, 2014년 3분기 1901억원으로 늘어나며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하 현금흐름)은 2012년 -97억원, 2013년 -76억원으로 지속적인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미청구공사의 '늪'에 빠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는 자금조달이 어렵자 금융권 차입뿐 아니라 유상증자, 신주인수권 매입, 전환사채 발행 등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했다.
이 결과 2014년 3분기 차입금 규모가 1939억원으로, 같은 기간 미청구공사 금액과 비슷할 정도로 크게 불었다.
결국, 미청구공사에 대해 발주처에서 돈을 받지 못했고 이로 인해 만기가 돌아오는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가 났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해 수출입은행, 우리은행 등은 약 3000억원 가량 손실을 봤다.
우양에이치씨는 올해 3월 한국거래소의 분식회계설 조회공시 요구에서 "과거 수익 인식과 관련해 일부 오류가 있었음을 발견했다"며 분식회계 의혹을 인정했다. 회계업계에서는 재무상태표상 미청구공사와 매출채권 계정 등을 통해 우양에이치씨의 분식이 1500억원 이상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외형상 미청구공사의 늪에 빠진 모습을 보여준다. 2010년 4조원대에서 2015년 1분기 9조원까지 치솟았고 매출채권까지 포함하면 10조원에 이른다. 장부상으로 대우조선은 2010년부터 꾸준히 영업이익을 냈다.
그런데 영업이익이 늘었는데도 보유 현금흐름은 오히려 마이너스였다. 연결재무제표에 따르면 최근 6년 동안 2011년 한해를 제외하고 2010년 -2098억원, 2012년 -9961억원, 2013년 -1조1979억원, 2014년 -5602억원, 2015년 1분기 -7879억원 등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현금이 바닥나자 결국 미청구된 금액을 충당하기 위해 매년 1조원씩 차입금을 늘려 지난해 기준 차입금 규모가 7조원대로 늘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동종업계였던 우양에이치씨의 사례에 비춰봤을 때 유사한 현금흐름은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미청구공사액과 매출채권이 지속해서 증가하는데 이에 비례해 차입금이 과다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현재 현금흐름으로 봤을 때 대우조선의 자금 회수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문제는 미청구공사는 계속 늘어나는데 현금이 유입되지 않고 차입금만 늘어나는 악순환 구조"라며 "이는 향후에도 자금 회수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그널"이라고 지적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분식회계 기준이 되는 고의성에 대해선 실사나 금융감독원 감리 등을 통해서만 알 수 있지만 두 회사가 비슷한 현금흐름을 보이는 것은 맞다"면서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에 비해서 턱없이 낮다면 부도와 분식회계 가능성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미청구공사가 채권으로 회수될 수 있는지와 공사 진행과정에서 이미 청구를 못 할 가능성을 알았는데도 고의로 손실 처리를 하지 않고 미청구공사로 기록했는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조선 채권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우선 자금지원을 해야 하고 대우조선도 실제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이 들어오고 있다는 증거가 있어야 산은을 제외한 채권단이 자금지원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윤지혜 기자 (wisd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