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추가 완화책 내놓을 수도..원화 약세 불가피
[뉴스핌=정연주 기자] 미국 금리 인상에 중국 위안화 절하까지 급습하자 원화 가치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중국에 자극받은 일본이 추가 엔저를 유도한다면 원화는 더더욱 바닥을 길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도 원화의 추가 약세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연내 달러/원 환율 전망치를 기존 1200원에서 1250원선까지 높이는 모습이다.
12일 달러/원 환율은 전일보다 11.7원 오른 1190.8원에 마감했다. 연고점이자 2011년 10월 6일(1191.30원)이후 3년 10개월만에 최고치다.
이는 중국 인민은행(PBOC)이 이틀새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를 3.51%나 끌어내린 영향이다. 전날 위안화의 일간 절하폭(1.86%)은 역대 최대치였다. 현재 위안화 환율은 전고점을 넘어선 6.3306위안으로 고시됐다.
2015년중 달러/원 환율 추이 <자료제공=한국은행> |
환율전쟁에 다시 불이 붙자 아시아 통화는 휘청이고 있다. 특히 원화 약세가 가파르다. 위안화 절하로 달러/원 환율은 이틀새 30원 가까이 치솟았다. 이미 원화는 지난 7월 그리스와 미국 금리 인상 이슈 등으로 한 달만에 4.6% 절하된 상황이다.
위안화 절하는 경기 부양을 위해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날 오후 발표된 중국 7월 소매판매 등 지표들은 일제히 예상치를 밑돌았다. 그간 중국은 지준율 인하 등으로 경기 부양에 사활을 걸었으나 그 효과가 미미해 결국 마지막 수단으로 환율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무엇보다 특별인출권(SDR)편입을 위한 수출 개선이 시급했다.
이에 위안화 절하가 단발성에 그치기 어렵다는 점에서 원화 추가 약세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주요국 증시 폭락 등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는 위축돼 있는 상황이다.
시장참여자들은 위안화 환율이 전고점을 넘어서며 하반기 환시를 주도할 것이라고 봤다. 설사 위안화 요인이 해소된다고 하더라도 미국 금리 인상이 기다리고 있다. 이래저래 원화 가치는 고꾸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국도 수출 개선에 우호적인 원화 약세를 용인할 가능성이 높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외환시장 쏠림현상을 막기 위한 미세조정 차원을 제외하고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은 이제 어렵다"며 "해외투자 확대 방안이나 통화정책 변화 등이 원화절상 억제를 위해 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수 전문가들도 이르면 연말에 달러/원 환율이 1250원선 돌파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대적인 달러 강세 부각으로 미국 9월 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릴 수 있더라도 위안화와 엔화 약세 이슈가 원화 약세를 자극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박유나 동부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가치는 향후 3% 추가 절하가 가능해 보인다. 굳이 달러화 이슈가 아니더라도 위안화 영향에 1200원을 상향 돌파할 수 있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1250원까지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은행(BOJ)이 추가 양적완화 의지를 내비칠 수 있다는 점도 관건으로 꼽힌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연말이나 내년초에는 1250원까지 상단을 봐야 한다"며 "특히 일본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달러/엔 환율이 125엔대에서 안착한다면 추가 상승 시도가 가능해 원화 환율은 더욱 위로 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위안화 절하가 중국의 경기 부양보다는 환율 개혁에 좀 더 방점을 둔 것일 수도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절하가 마지막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환율개혁이란 의도가 좀 더 커보인다는 점에서 일회성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현재는 심리적인 반응 때문에 충격이 큰 것으로 보이며 향후 절하 조치에 대한 의도가 구체화된다면 진정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