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뉴스핌=김승현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비서 여직원을 4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1급 고위 간부의 해임을 막기 위해 징계 규정에도 없는 ‘정직 5개월’ 처분을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임원들이 휴가를 갔다는 이유로 중앙인사위원회 개최를 3주 미뤘다가 당사자간 합의 다음날 열어 징계를 낮췄다.
18일 경남 진주 LH본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한국토지주택공사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희 의원(경기 부천소사)에 따르면 LH 중앙인사위원회는 파견직 비서 여직원 B씨를 4차례 성추행 한 1급 고위 간부 A씨에 대해 정직 5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LH인사 규정은 ‘정직은 1~3개월’로 규정하고 있다. 또 중앙인사위원회에 앞서 LH 성희롱 고충심의회는 A씨에 대해 ‘해임’을 의결했다.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피해자 B씨는 지난 2014년 6~9월까지 A씨가 4차례 성추행을 했다는 이유로 A씨에 대해 지난 3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4월에는 광주 서부경찰서에 고소했다.
이후 7월 1일 피해자 B씨는 LH에 고충신고서를 제출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검찰에 불구속 기소로 송치하고 LH에 수사상황을 통보했다.
7월 29일 고충심의위원회는 ‘두 사람의 주장이 서로 상반되지만 여직원의 수치심을 유발시킨 점과 일부 사실이 인정돼 사내 규칙상 해임사유에 해당된다’며 A씨에 대한 ‘해임’ 징계를 의결했다.
8월 18일 피해자 B씨는 A씨와 4000만원에 합의하고 신고취하서를 제출했다. 다음날인 19일 열린 중앙인사위원회는 합의를 이유로 A씨에 대해 ‘정직 3개월’을 처분했다. 이날 LH 노조는 직원 3000여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제출하며 사장 면담을 통해 재심의를 요구했다.
같은 달 25일 검찰은 사진촬영 및 추행에 대해 자료 복원이 불가능하다며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다음날(26일) 중앙인사위원회는 재심의를 통해 ‘정직 5개월’로 징계수위를 조정했다.
‘정직 5개월’은 징계양정에 없는 처분으로 정직 3개월 이상은 ‘해임 또는 파면’을 해야한다는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이재영 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직원이 주장하는 입맞춤이나 신체부위 접촉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사실관계는 당사자들의 주장이 상반되고 있어 검찰 결과에 따랐다”고 말했다.
김상희 의원은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LH의 징계과정이 늦어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이 확인된 경우 ‘지체 없이’ 징계조치 하도록 돼 있다. 또 LH 성희롱 예방 및 고충 처리 지침은 고충심의회의 징계심의 요청이 있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5일 이내’에 인사위를 열도록 규정하고 있다.
LH는 7월 1일 경찰의 수사상황 통보와 피해자 고충처리를 접수받았지만 3주 후인 29일 성희롱 고충심의회를 열었다. 중앙인사위원회는 그보다 3주가 더 지난 8월 19일에야 열렸다.
6주가 지나서야 징계의결이 된 이유를 묻는 김 의원에게 LH는 ‘상임이사 2명이 퇴직 및 신규임용됐고 하계휴가 일정으로 5일내 개최가 곤란해 피해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일정을 조정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2명이 퇴직했어도 의결정족수가 채워질 수 있는 상황에서 당사자간 합의 다음날 경감 처분 한 것은 LH가 합의될 때까지 기다려 준 것이라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상희 의원은 B씨가 ‘감일회’ 회원임에 주목했다. 감일회는 LH 사내 감사실 출신 고위직 모임이다. 중앙인사위원장인 부사장도 감일회 회원이다.
감일회는 B씨가 피해자 A씨와 합의하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 합의금을 지원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감일회 회원들은 합의금을 지원한 후 다시 돌려받았다.
김상희 의원은 “이번 사건의 처리과정에 대해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의 가해자를 즉각 해임하고 중립적이고 투명적인 인사위원회 마련 방안을 국회에 보고하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승현 기자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