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동결 후 펀드매니저 이머징마켓 비중 축소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과거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의 통화완화 정책이 금융시장을 부양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연준이 ‘마켓 풋’에 붙들렸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국을 필두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널뛰기가 연준의 금리인상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
뉴욕증권거래소[출처=블룸버그통신] |
미국의 금리인상이 이머징마켓의 글로벌 자금 이탈 및 자산 가격 급락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연준이 뚜렷한 비둘기파 행보를 취했지만 매니저들은 이머징마켓 비중을 축소하는 데 잰걸음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부양책이 위험자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버팀목이라는 기존의 인식과 상반되는 것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리걸 앤 제너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존 로우 멀티애셋 펀드 헤드는 “지난달 글로벌 금융시장이 파열음을 낸 데 따라 연준이 성급한 금리인상을 경계하고 있다”며 “과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이 통화완화 정책으로 금융시장을 끌어올렸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금융시장의 급변동이 연준의 통화완화 정책을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준 회의 결과가 나온 뒤 즉각 미국 주식 비중을 확대한 한편 영국과 유럽, 일본 주식 역시 비중을 확대했다”며 “반면 이머징마켓 주식은 비중을 대폭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IB)과 자산운용사도 같은 전략을 취하고 있다. JP모간 애셋 매니지먼트와 유비에스(UBS) 웰스 매니지먼트 역시 이머징마켓의 비중을 줄이고 있다.
UBS의 사이먼 스마일스 최고투자책임자는 “미국과 유로존, 그리고 일본의 경우 경제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다”며 “최근 추세가 지속되면서 이들 증시가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리스크가 가시지 않은 데다 상품 수출국을 중심으로 이머징마켓 전반의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 증시가 안전한 투자처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전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역시 이달 회의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않은 이유로 글로벌 경제의 둔화와 중국 리스크를 제시했다.
JP모간 애셋 매니지먼트의 탈리브 셰이크 이사는 “최근 4년간에 걸쳐 이머징마켓이 선진국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저조했고, 가까운 시일 안에 반전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일부 투자가들은 뉴욕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중립적인 전략을 취할 것을 권고했다.
헨더슨의 매튜 비슬리 글로벌 주식 헤드는 “이익 성장이 없이는 주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 같은 측면에서 볼 때 뉴욕증시에 대해 일정 부분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상대적으로 미국 경제가 탄탄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