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투자, 레버리지비율 관리 차원서 증자 임박
[뉴스핌=백현지 한기진 기자] 중대형 증권사들이 유상증자과 자산축소의 갈림길에 서 있다. 내년초 레버리지비율 규제 시행에 더해 최근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선택의 시기를 앞당겨졌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내년초까지는 유상증자를 단행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아직 신한지주측이 확정을 못한 상태긴 하지만 신한금융투자의 주력상품인 ARS(Absolute Return Swap) 등의 상황을 감안할 때 유증 외에 대안이 별로 없다. 이 외에 부국증권, 대신증권 등도 레버리지비율(총자산/자기자본)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며 증자 가능성이 제기되는 곳들인데 일단 대신과 부국증권은 가능성을 부인했다.
금융당국이 레버리지비율 규제를 시작하는 시점은 내년부터다. 각 증권사별로 레버리지비율이 1100%이상일 경우 경영개선 권고 조치를, 1300%이상이면 경영개선요구 등 적기 시정조치를 내린다.
이 같은 규제는 증권사 신용으로 발행하는 파생결합증권시장 급증에서 비롯됐다. 증권사 레버리지비율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배경이 ELS와 환매조건부채권(RP). 이는 고객에게 손실이 귀속되는 펀드, 랩어카운트상품과 달리 증권사가 직접 운용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파생결합증권 발행규모(30일 기준)는 96조1751억원에 달한다. 결국 파생결합증권(ELS, DLS, ELB 등)판매 증대로 증권사 레버리지 비율이 크게 올라선 것.
이중 신한투자의 발행잔액은 9조3816억원으로 NH투자증권(13조5394억)과 KDB대우증권(12조1251억)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삼성증권(8조3182억), 한국투자증권(6조5502억) 보다도 발행잔액이 많다.
다만 발행잔액 상위 5개 증권사들은 신한금융투자를 빼고 모두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사로 증자 필요성이 크게 낮은 상태다.
신한금융투자는 원금이 보장되지만 연 7~8%의 중수익을 추구하는 2년 만기, ARS 판매에 나서며 관련 파생결합증권 시장에서 파이를 키웠다. 지난 2012년 말 5000억원인 발행규모는 3조1000억원까지 늘었다. 특히, 올해부터 판매를 시작한 해외투자 ARS는 현재 7000억원규모로 급성장했다.
최근 성장세를 타고 있는 상장지수채권(ETN) 역시 증권사 신용으로 발행한다.
현재 신한금투의 자기자본규모는(2분기 말 기준) 2조4300억원, 레버리지비율은 985%로 1000%에 가깝다. 단, 8월말 기준으로는 902%까지 떨어졌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의 경쟁력 강화 방안에는 몇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유상증자를 통한 레버리지비율을 맞추는 것"이라며 "증자는 지난해 말부터 얘기가 나왔지만 당장 급한게 아니라 시기를 두고 봐 왔던 사안"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신한금융투자 측은 "최근 ARS판매 확대를 위해 다른 자산 비중을 조절했다"며 "올해 ARS판매가 늘어나고 있는만큼 증자에 대한 필요성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상증자가 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시장 일각의 시선에 대해선 "아니"라고 일축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인수에 나선다고 해도 신한지주가 인수하고 자회사간 합병을 하는 구조라서 증자를 할 이유가 없다"며 "합병 후에 자본금 등을 조정하면 된다"고 관련성을 부인했다.
앞서 증자를 결정한 미래에셋증권도 증자 직전 레버리지비율은 955% 수준이었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의 레버리지비율은 유상증자 이후 667%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3분기 들어 메리츠종금증권, 하이투자증권, IBK투자증권도 모두 1000억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반면, 유상증자 계획 없이 자산 축소가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부국증권 역시 1분기 말 기준 1500%를 상회하는 레버리지비율은 2분기 1000% 수준까지 낮추는 등 자산줄이기에 나섰다. 일시적으로 높아졌지만 최근 레버리지비율이 1000%아래로 내려섰다고 회사 측은 전해왔다.
대신증권도 레버리지비율이 984% 수준으로 높은 편이지만 유상증자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청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자를 하지 않는다면 수익성이 낮은 자산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는데 ELS는 증권사 측에서 수익이 많이 나는 상품"이라며 "일부 증권사들이 증자를 결정한만큼 결국 추가적으로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회사들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