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낮추면 회사 수익성↓ㆍ유지시 가격경쟁력↓ 딜레마
[뉴스핌=김기락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수입되는 미국 생산차에 대한 관세가 완전 철폐된다. 이에 한국지엠이 관세 철폐분(4%) 만큼 미국산 임팔라 가격을 낮출지 주목되고 있다.
임팔라는 지난 8월 출시 후 총 1만3000여대가 계약되며 한국지엠의 대표 차종으로 급부상했다. 덕분에 경차 판매로 수익성이 낮아진 한국지엠의 수익성을 개선시켰다. 한국지엠은 임팔라 관세 철폐분을 반영하자니 수익성이 낮아지고, 현가격을 유지하지니 경쟁력이 떨어지는 딜레마에 놓였다.
2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산된 차를 국내 들여오는 한국지엠 및 수입차 업체들이 한미FTA 관세 철폐를 앞두고 셈법이 분주해졌다. 회사 수익성과 차량 가격 경쟁력을 놓고 저울질 하는 것이다.
우선 한국지엠은 지난 8월 임팔라 발표 시 미국 현지 보다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강조했다. 임팔라는 준대형차로, 국내 판매 가격은 3363만~4136만원이다. 미국 보다 300만~500만원 낮게 책정하며 가격 경쟁력을 높인 것이다.
그동안 한국지엠은 마티즈 등 소형차 중심으로 판매해 온 만큼, 수익성이 높지 않았다. 이 때문에 차량 평균 가격이 3750만원인 임팔라가 수익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임팔라는 한국지엠 판매하는 쉐보레 차종 중 가장 높은 가격대다.
내년 관세 철폐분은 4%이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자동차 회사가 낮출 수 있는 가격 인하폭을 2~3%로 보고 있다. 임팔라 수입원가를 대당 3000만원으로 잡는다면, 최대 90만원 정도 인하가 가능하다. 1만대 판매하면 인하폭만 90억원에 달한다.
한국지엠은 일단 수익성을 유지하겠다는 기조다. 회사 관계자는 “임팔라 출시 당시 미국 보다 가격을 낮게 책정해 경쟁력을 높였다”며 “한미FTA 관세 철폐에 따른 가격 인하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임팔라 판매 호조세도 이 같은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8~9월 임팔라는 1876대 출고됐고, 출고 대기 물량이 8000여대다.
반면, 수입차 업체들은 한미FTA 관세 철폐분을 선반영하며 시장 공세 속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신차를 출시하는 일본차 업체가 적극적이다.
한국닛산은 이달 초 맥시마를 국내 선보이면서 내년 관세 철폐분을 미리 반영했다. 맥시마 판매 가격은 4370만원으로, 미국 현지 보다 약 300만원 싸다. 한국닛산이 본사로부터 올해 12월까지 받기로 한 물량은 이미 동났다. 출시와 동시에 ‘완판’된 것이다.
한국토요타자동차도 관세 철폐분을 선반영, 2016년형 뉴캠리 하이브리드 XLE를 출시했다. 이에 따라 뉴캠리 하이브리드 XLE 가격은 4200만원에서 3990만원으로 5% 내렸다. 또 추가 출시된 뉴캠리 하이브리드 XE는 내비게이션 등 사양을 줄여 3570만원으로 책정하는 등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혼다코리아는 미국산 2016년형 뉴어코드에 관세 철폐분을 반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회사 관계자는 “내달 초 뉴어코드 가격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소비자 혼선을 없애기 위해 (관세 철폐분을) 반영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형 뉴어코드는 현재 사전계약 중이다.
업계에선 한국지엠이 임팔라에 대한 무관세 인하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논리상, 주문이 밀려 있는 상황에서 기업이 소비자 가격을 낮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수입원가가 내려가면 당연히 소비자 가격도 낮아져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판매 마진은 수입사가 정하는 것”이라면서도 “관세 철폐분을 반영하지 않을 경우, 회사가 이윤을 올려먹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낸다는 인식을 갖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