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해운 및 석유화학 등 주력업종 경쟁력 상실도 한몫
[뉴스핌=김남현 기자] 수출 회복이 요원하다. 가격경쟁력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지만 글로벌 경기둔화와 교역감소에 따른 타격이 여전하다. 원화 가치 하락도 수출을 견인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더 큰 문제는 수출 주력업종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수출물량지수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에 그쳤다. 지난 6월 8.2% 상승 이후 5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런 부분이지만 주로 스마트폰 등 전기 및 전자기기가 선방한 때문이다. 통계청 집계 통관 기준 수출도 10월 현재 전년 동월보다 15.8%나 급락해 2009년 8월(-20.9%) 이후 6년2개월만에 가장 낮았다.
반면 수출 가격경쟁력은 개선세를 지속 중이다. 10월 수출 물가가 계약통화기준으로 전년 동월비 12.3%나 하락했다. 지난 7월 10.8% 하락 이후 넉 달 연속 두자릿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달러 기준 역시 -13.4%를 기록하며 6월(-10.4%) 이후 5개월연속 두자릿수 감소했다.
이창헌 한은 물가통계팀 과장은 “수출 증가는 공급측면인 가격경쟁력뿐만 아니라 수요측 요인도 봐야 한다”고 전했다.
◆ 세계 교역량 감소에 환율도 수출에 비우호적<자료 = 한국은행, 통계청, 국제결제은행>
수출 부진은 우선 세계경제 위축에 따른 교역감소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교역량 감소에 세계 화물 물동량을 의미하는 벌크선운임지수(BDI)가 지난 20일 498포인트(pts)까지 떨어지며 1984년 지수 측정 이후 최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순히 가격경쟁력이 좋아진다 볼수 있겠지만 세계교역량 자체가 줄고 있다는 점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세계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세계교역이 크게 위축됐다. 제조업 제품에 대한 수요가 둔화된데다 자국생산도 늘어난 때문”이라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부진이 내년에도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19일 세미나에서 내년도 글로벌 무역량 증가율을 1.7%로 예측했다. 이는 세계 경제성장률(GDP) 전망치 3% 내외보다 낮다.
가격경쟁력 역시 주변 경쟁국과 비교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에 비해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갖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실질실효환율(국제결제은행 기준)을 보면 10월 현재 우리나라는 100.14인 반면, 일본은 71.46을 기록 중이다. 원화 실질실효환율은 지난 9월 107.1을 기록하며 2014년 2월(106.93) 이후 1년7개월만에 최저치를 보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기준치 100보다 높다.
실질실효환율이란 세계 61개국의 물가와 교역비중을 고려해 각국 통화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로 수치가 100보다 높으면 기준연도(2010년)보다 그 나라 화폐 가치가 고평가 됐다는 의미다.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 의미다.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둔화되긴 했지만 원화가치는 절상된 반면 엔화 등 여타 통화는 절하됐다. 환율 측면에서 가격경쟁력은 오히려 악화됐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환율을 절하시키기도 어렵다. 안동현 교수는 “인위적으로 환율절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환율조작국으로 낙인 찍힐 수 있어서다”고 말했다.
◆ 유가 급등 기원하거나 신규 수출 주력산업군 발굴해야
수출이 세계경제 부진과 이에 따른 유가 및 원자재가격 하락 등 외생변수에 좌우되다보니 단기적으로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유가가 상승하기만을 기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최근 조선과 철강, 해운 그리고 석유화학 등 수출 주력제품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안동현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유가가 상승하면 인플레가 발생해 글로벌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 이 경우 세계교역량이 늘며 수출이 증가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는 외생변수라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수출을 늘릴) 뾰족한 수는 없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조선, 철강, 해운, 석유화학등 주력 수출산업의 경쟁력이 취약하다. 이들 분야는 주로 장치산업이라는 점에서 자본을 투입하면 금방 쫓아올 수 있다. 교역량이 늘어난다 해도 수출이 과거만큼 쉽지 않을 요인”이라며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산업군을 빨리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김남현 기자 (kimnh21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