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현대차·금호석화 등 오너일가 지분 꾸준히 늘려
[뉴스핌=김신정 기자] 해외발 악재로 최근 증시가 조정을 받자 대그룹 오너 일가들이 지분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현준 효성 사장이 지난 2일부터 전날까지 총 6차례에 걸쳐 3만8088주(0.11%)를 장내매수해 지분율을 12.53%로 늘렸다. 그의 동생인 조현상 부사장도 이 기간 3만7622주(0.11%)를 매입해 지분율을 11.58%까지 확대했다.
이들은 지난달에도 장내매수를 통해 효성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조 사장은 총 19일에 걸쳐 13만4645주룰, 조 부사장은 8일에 걸쳐 4만8561주를 매입했다. 조석래 회장의 부인인 송광자 여사도 여기에 동참하며 8300주를 샀다.
이들 형제가 지난달 집중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은 효성의 주가가 조정을 받으며 주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달 효성 주가는 한 때 10개월만에 최저가를 기록하는 등 고점대비 44%나 하락했다.
또 경영권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조 사장과 조 회장, 조 부사장 지분 등 특수관계자 지분을 모두 합하면 34.84%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지난 2013년 조현문 전 부사장이 효성을 떠나면서 보유하고 있던 효성 주식을 전량 매도해 오너 일가의 경영권이 크게 흔들린 적이 있어, 조 사장 오너일가는 효성의 지분을 더 확보해야 그룹 전체를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다.
효성 관계자는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와 강화를 위해 조 사장과 조 부사장이 의논하에 같은 날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신원 SKC회장도 SK계열사 주가가 떨어지자 주식을 사들여 지분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달 19일과 23일 2차례에 걸쳐 SK네트웍스 주식 총 6만주를 매입했다.
최 회장의 매입 시점은 SK네트웍스가 면세점 탈락이후 주가가 15%가량 떨어진 후 부터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의 SK네트웍스 보유 지분은 0.43%(109만7450주)까지 늘었다.
최 회장은 올해 초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를 위해 SKC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 SK계열사 지분을 늘리고 있는데 지난달 23일에는 SK주식 500주를 추가 매입해 4대주주 자리를 확고히 했다. SKC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 회장의 SK계열사 지분 확대는 개인적인 일이라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너 일가는 주가하락과는 무관하게 장기적인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지분을 대거 매입하기도 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지난달 현대삼호중공업으로부터 현대차 지분 184만6150주를 사들였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 9월에도 현대중공업으로부터 현대차 주식 316만4550주를 매입했다. 두달여 동안 8000억원 어치 현대차 지분을 사들였다. 지속되는 업황 악화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한창인 현대중공업이 보유 지분을 내다팔면서 이를 매입한 것이다.
올 3월 현대차 주가가 18만7000원까지 올랐던 것과 달리 하반기 들어 15만원대 안팎을 유지하고 있어 주가가 조정받은 시기에 지분을 매입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현대차 지분을 공격적으로 매집하면서 경영권 승계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월 금호석유화학에 입사한 박찬구 회장의 딸 박주형 상무도 입사와 동시에 자사주 매입에 나서며 경영권 승계에 나섰다. 박 상무는 지난 7월 1일 18만2187주 매입을 시작으로 총 9차례에 걸쳐 지난 8월까지 20만 117주를 사들였다. 이에 따라 금호석화 지분율 0.60%를 보유하며 오빠인 박준경 상무에 이어 4대주주로 자리매김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오너가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이유는 내부적으로는 경영권 확보차원도 있지만 책임경영한다는 의미로도 비춰질 수 있다"며 "사재를 털어 주식을 매입해 경영을 열심히 하겠다는 뜻이기도해 주가부양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