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지배력 감소…순환출자 해소의 두 얼굴
[편집자] 이 기사는 8월 28일 오후 2시27분에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했습니다.
[뉴스핌=강필성 기자]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 중인 한솔그룹 오너일가의 지분이 하락하고 있어 적대적 M&A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말 지주회사인 한솔홀딩스의 최대주주가 국민연금으로 바뀐 것에 이어 최근에는 한솔케미칼의 최대주주가 KB자산운용으로 변경된 상황. 이 과정에서 한솔그룹 오너일가는 모두 2대주주로 밀려나게 됐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좀처럼 강해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악의 경우에는 적대적 M&A 세력의 등장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28일 한솔그룹에 따르면 한솔케미칼의 현재 최대주주는 KB자산운용이다.
지난 25일 KB자산운용이 장내매수를 통해 한솔케미칼의 지분 0.29%(3만2478주)를 추가 확보하면서 총 15.13%의 지분을 보유하게 돼 한솔그룹 오너일가의 지분을 웃돌게 됐다.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 등 오너일가가 보유한 한솔케미칼 지분은 14.92%에 불과하다.
이에 앞서 한솔홀딩스는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오른 경우다. 지난달 30일 계열사 한솔EME, 한솔PNS가 한솔홀딩스의 지분 4.31%를 장내매도하면서 지분 12.79%를 보유한 국민연금에게 1대주주 자리를 내줬다. 당시 계열사의 지분 매각으로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의 한솔홀딩스 지분은 8.65%까지 하락한 상태다.
이들 계열사에서 오너일가가 2대 주주로 밀려나게 된 것은 순환출자 해소가 가장 주효했다.
한솔홀딩스의 경우, ‘한솔홀딩스->한솔EME->한솔홀딩스’, ‘한솔홀딩스->한솔PNS->한솔홀딩스’로 이어진 두 개의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각 계열사가 보유한 한솔홀딩스의 지분을 일괄 매각한 것이다. 한솔케미칼의 경우에도 지난달 ‘한솔홀딩스->한솔케미칼->한솔홀딩스’의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한솔홀딩스가 보유한 한솔케미칼의 3.20% 지분을 전량 매도하면서 최대주주 지분이 14.80%로 줄어들었다.
현재까지 한솔그룹에서는 1대주주를 빼앗긴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현재 국민연금과 KB자산운용은 모두 투자목적을 ‘단순 투자’로 하고 있는만큼 경영권에 위협이 되지 않으리라는 계산이다.
한솔그룹 관계자는 “자산운용사에서 한솔케미칼을 매입한 것은 그만큼 기업에 투자가치가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일부 계열사에서 2대주주로 밀려났지만 경영권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한솔그룹의 경영권이 그만큼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의미도 된다. 한솔그룹은 수년 전 알리안츠자산운영과 적대적 M&A 가능성으로 인해 수차례 긴장을 빚기도 했다.
그룹 전반적으로 오너의 지분이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경영권이 위협되는 것이다.
실제 KB자산운영 투자계정의 비율이나 성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만약 이들 자산운영사가 지분을 통째로 매각할 경우에는 언제든 적대적 M&A 이슈에 휘말릴 수 있다. 한솔케미칼의 시가총액은 9104억원 , 한솔홀딩스의 시가총액은 2937억원 정도다.
그럼에도 좀처럼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솔홀딩스는 조 회장 일가가 한솔제지 분할 과정에서 보유한 한솔제지 지분을 한솔홀딩스의 신주와 스왑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점쳐지지만 문제는 주가다. 이 경우 한솔제지의 주가가 높을수록, 한솔홀딩스와 주가 격차가 클수록 오너일가의 지배구조가 강화된다.
현재 한솔제지의 주가는 2만400원(27일 종가 기준)으로 지난 4월의 2만3000원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심지어 한솔케미칼의 경우는 이렇다 할 방법이 없다. 한솔케미칼은 사실상 조 회장의 형인 조 명예회장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으로 조 명예회장의 딸인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사장이 꾸준히 지분을 사들이는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솔그룹이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 지분 교환(스왑)이나 출자를 통해 경영권을 강화하는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미지수”라며 “당장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많지 않지만 경영권 강화가 늦어질수록 적대적 M&A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