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014년에 이어 희망퇴직 실시
[뉴스핌=송주오 기자] "홍보를 줄일 정도로 임팔라의 인기는 대단합니다"
최근 만난 한국지엠 관계자는 임팔라의 인기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임팔라는 한국지엠에게 있어 보석 같은 모델이다.
지난 8월 국내에 공식 출시된 임팔라는 북미형 모델보다 최대 500만원 낮게 가격을 책정하면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초도 물량 1000대가 사전계약 6일만에 완판되면서 흥행 조짐을 보였다. 출시 후 지난달까지의 판매량은 4214대다. 한국지엠에 따르면 대기물량이 내년 2월까지 꽉 차 있다.
임팔라 흥행에 준대형급 이상 시장에서 한국지엠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과거 최고급 모델의 잇단 실패로 대형차 시장에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던 한국지엠이었다.
이렇듯 임팔라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박 행진에 한국지엠 관계자들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올 상반기 판매 부진으로 고심하던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허나 임팔라의 영광은 임팔라로 끝나게 됐다. 임팔라에 대한 관심이 쉐보레의 다른 차종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형 스파크는 지난 8월 판매량에서 모닝을 7년 7개월 만에 앞서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이내 모닝에게 다시 1위 자리를 내주고 판매량도 떨어지는 추세다. 이달에는 스파크를 경품으로 내걸면서까지 판매량 올리기에 혈안이 돼 있다.
아베오와 크루즈, 트랙스, 올란도 등 다른 모델은 판매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베오는 월 평균 210여대 팔리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크루즈 역시 동급 최강 아반떼에 밀려 전년대비 8.5%(누계 기준) 판매량이 줄었다. 이에 따라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회장의 점유율 10% 달성 목표도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부진도 뼈아팠다. 현대·기아차와 쌍용차가 각각 투싼, 티볼리 등 SUV 모델로 영업 일선에서 선전을 펼치고 있을 때 한국지엠의 트랙스, 올란도, 캡티바는 한 달 평균 1000여대 판매에 만족하고 있었다. 투싼과 티볼리는 각각 최대 9200여대, 5237대를 판매한 바 있다.
지속된 판매부진은 다시 한 번 한국지엠에게 희망퇴직이라는 카드를 뽑아들게 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지엠은 2012년과 2014년에 각각 두 차례씩 희망퇴직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해에만 희망퇴직을 통해 400명 가까운 인력이 회사를 떠났다. 당시 한국지엠 측은 "회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의 효율성을 위해 또 다시 누군가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 재연됐다. 임팔라의 성공적인 출시에도 과실을 다 같이 누리지 못하는 것이 현재의 한국지엠 현실이다.
성공 뒤에 찾아온 불편함. 이제는 성공의 과실을 모두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한국지엠의 숙명이기도 하다. 단순 몸집 줄이기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제 2, 3의 임팔라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상품기획부터 마케팅, 판매 방식 등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과 변화의 바람이 필요한 시점이다.
"내년 신차 출시에 사활을 걸었다"는 회사 관계자의 말을 웃으며 받아 들일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