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분야 시너지 창출 기대…관건은 '화학적 결합'
[뉴스핌=박민선 기자] 미래에셋증권이 국내 초대형 글로벌 투자은행(IB)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1999년 설립 당시 자본금 500억원에 불과했던 신생 증권사가 당대 최고 증권사인 대우증권을 품는 '기적'을 통해 또 다른 '기적'을 꿈꾸고 있다.
대우증권 인수전은 올해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이자 증권업계 판도를 뒤엎을 변수라는 점에서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또한번 발휘하며 가볍게 승기를 잡은 상황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KB금융지주와 한국투자증권보다 높은 2조4000억원 후반대 응찰액을 제시, 다른 후보들과의 격차를 수천억대로 크게 벌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산업은행이 제시한 장부가치는 1조8400억원 수준.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20% 붙인 2조2000억원 안팎이 인수 적정액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의 내재가치와 경영권 프리미엄을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하면서 정성평가에 따라 결과가 뒤집힐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미래에셋증권 센터원 |
◆ 국내외 시너지 창출 효과...입지 확대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할 경우 자기자본 규모는 7조8700억원 가량으로 불어난다. 이는 금융투자업계내 독보적인 1위 증권사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1위인 NH투자증권(4조4900억원)과의 격차도 3조 이상으로 벌어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당분간 미래에셋증권 독주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우선 대우증권을 합병함으로써 소매금융과 투자은행(IB)부문에서 힘을 쓸 수 있게 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자산관리와 연금사업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지만 업계 리그 테이블에서 IB 등은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해왔다. 인수 이후 시너지 측면에서는 한국투자증권 대비 미래에셋증권이 더 다양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던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대우증권은 IB와 브로커리지에서 강한 만큼 미래에셋증권이 인력 관리를 잘 하고 대우증권 자체의 내부적 독립성을 어느 정도 유지해준다면 상당한 파괴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증권사 임원은 인수 시너지에 대해 "미래에셋만의 DNA로 다양한 사업부문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 같은 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며 "현재 NH와 한투 등이 상위에 포진하고 있는 IB업계에서도 의미있는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동시에 해외 부문에서도 미래에셋증권 경쟁력이 한층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래에셋증권이 기대하고 있는 가장 큰 시너지 역시 '글로벌 투자은행으로서의 도약'이다. 지난 9월 미래에셋증권이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들면서 가장 먼저 외친 구호이기도 하다. 당시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1위 증권사를 넘어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 대우증권 인수가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내세우며 증자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여론을 잠재웠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수익구조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우증권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확고한 시너지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증권업계 판도 지각변동 시작…"2,3위 고민 커질 것"
금융투자업계 측면에서도 새로운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5개 증권사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면허를 갖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왔다. 때문에 증권업계의 구도 변화를 통한 특화된 수익구조 모델 구축은 금융당국 역시 내심 바라왔던 바. 과거 KB금융지주의 탄생으로 금융업권의 새판짜기가 이뤄졌던 사례에 비춰볼 때 증권업계 역시 초대형사를 중심으로 한 '새판짜기'가 재연되길 기대하는 상황이다.
앞서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증권업계의 위상을 바꿔놓기 위해선 (KB 보다는) 미래에셋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이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한다면 업계 판도가 지금과는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며 "이 가운데 2위와 3위 증권사들은 단순히 덩치를 키우기 위해 자기자본을 크게 늘리기도 어렵고 인수할 대상도 당장 눈에 띄지 않아 당분간 1위와 2~3위권 증권사 격차가 벌어지면서 경쟁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고민도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또 다른 증권사 임원은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 성공 여부는 대우증권과 화학적 결합을 이룰 수 있을지에 달렸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우증권은 '대표 증권사', '1위 증권사'라는 자부심이 강한 조직인 만큼 직원들을 잘 다독이고 관리하면서 초반 1~2년간 관리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인재들이 경쟁사로 이탈함으로써 또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