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대작 게임으로 1조 매출 가시권..갈라선 '게임 양강'도 핫 이슈
[뉴스핌=이수호 기자] 올해는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를 필두로 모바일 게임이 업계의 주류로 자리를 잡은 해다. 넷마블은 모바일 대작 '레이븐'을 앞세워 쟁쟁한 PC 흥행작들을 제치고 대한민국 게임대상까지 거머쥐었다.
넷마블이 업계 2위(매출액 기준)로 치고 나간 사이, 자리를 뺏긴 엔씨소프트는 선두 넥슨과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업계 맏형들의 진흙탕 싸움을 연출했다. 한편 웹젠은 10년전 PC 인기작인 '뮤 IP(지적재산권)'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제2의 도약을 이뤄냈다. 이로인해 올해는 IP에 대한 재해석이 그 어느 때 보다 활발한 한 해 였다.
◆ 대상 거머쥔 넷마블 레이븐..차줌마 열풍을 이끌다
넷마블은 올해 게임업계에서 가장 많은 이슈를 양산했다. 국내 최고의 흥행 게임으로 손꼽히는 넷마블 '레이븐'은 올해 3월 출시된 이후, 40일만에 일일 사용자 수 100만명을 돌파하며 모바일 게임사의 새로운 기록들을 써내려갔다.
국내 최초로 출시 78일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500만건 돌파, 99일만에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고 출시 1년도 안돼 누적 매출이 2000억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바탕으로 넷마블의 연 매출 1조원도 무난히 달성할 것이란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넷마블의 레이븐이 모바일 게임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또다른 이유는 1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작 블록버스터 게임을 처음으로 시장에 내놓았다는 점이다. 고성능 게임이면서 저사양의 스마트폰에도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만든 점도 획기전인 변화다. 레이븐의 성공이 있었기에 넥슨의 히트, 웹젠의 뮤 오리진 등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사진 = 넷마블게임즈> |
더불어 배우 차승원을 필두로 매스 마케팅에 나서면서 업계에 연예인 게임광고 열풍을 불러 일으킨 주역으로 불린다. 넷마블을 시작으로 넥슨, 4:33, 로켓모바일 등이 스타급 연예인을 잇따라 광고에 투입했다. 과도한 비용 지출로 마케팅 경쟁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여전하지만 모바일 게임의 대중적 인지도를 한단계 끌어올린 계기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실제 넷마블은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12월 현재, 국내 구글플레이 마켓 최고매출 10위 내 순위에 '모두의마블(2위)', '세븐나이츠(3위)', '레이븐(5위)', '이데아(7위)', '몬스터 길들이기(9위)' 등 5개의 게임을 올려놓으며 국내 모바일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게임은 아이들만 한다는 선입견을 벗어나 게임의 진입장벽을 한단계 낮췄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잇따르는 이유다.
◆ 美 거물 삼키려던 게임양강..'슬픈 결말'로 끝나다
미국 최대 게임사인 일렉트로닉아츠(EA) 경영권 인수를 위해 야심차게 의기투합했던 서울대 공대 선후배, 김정주(47) NXC 회장과 김택진(48) 엔씨소프트 대표. 게임업계 거물로 1세대 게임인으로 불렸던 두 사람은 올해 초부터 진흙탕 싸움을 벌인 끝에 결국 연말이 되서야 갈라섰다.
지난 2012년 6월, 넥슨 일본법인은 김 대표의 엔씨소프트 주식 321만8091주를 주당 25만원, 모두 8045억원에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함께 마련한 자금을 통해 EA를 공동 인수하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두 사람이 손잡고 야심차게 밀어붙이던 EA인수가 실패로 돌아갔고, 양사는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게 된다. 넥슨은 8000억원이 넘는 거액이 투자된 만큼, 수익성 확보를 위해 '마비노기2' 등의 게임 협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양사의 개발 문화 차이로 사실상 협업이 중단됐다.
김정주 NXC 회장(좌)·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 = 뉴스핌DB> |
이에 넥슨은 올해 초 요구사항을 적시한 주주 제안 공문을 엔씨소프트에 발송하며 경영 참여를 선언했고 지난 2월,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과 지분 스왑을 통해 넥슨의 경영권 참여를 방어했다. 결국 넥슨은 지난 10월, 엔씨소프트 지분 15.08%(6000억원 규모) 전량을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면서 양사간의 표면적인 갈등이 종료됐다.
하지만 업계 거물인 두 사람의 대결은 여론전 등 게임 이외의 다른쪽으로 역량이 집중되며 상대적으로 게임 자체에 집중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게임업계 전반에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겼다. 게임회사가 콘텐츠가 아닌 경영권분쟁으로 입방아에 오르면서 이용자들에게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 中에서 터진 IP 대박.."흥행 공식 바꿨다"
IP 비즈니스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웹젠은 중국 시장에서 자사의 IP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중흥의 전기를 마련했다.
중국에서만 10년 넘게 서비스한 PC 온라인 게임 '뮤'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을 통해 돈방석에 앉았다. 중국에서 뮤 IP 기반의 웹게임 '대천사지검'을 흥행시킨 데, 이어 모바일게임 '전민기적', '뮤 오리진'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업계 추정 해외매출만 연간 1000억원을 확보했다.
실제 웹젠은 지난해 매출 700억원에 그쳤지만 올해는 2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뮤 IP 하나로 연 매출이 2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웹젠이 IP 장사로 대박을 터뜨리면서 국내 모바일 게임사들의 IP 제휴도 잇따르고 있다. 이스트소프트는 장수게임 카발 IP를 통해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고,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가 공동으로 개발한 미르의 전설 IP 역시, 올 연말부터 중국 퍼블리셔인 샨다게임즈를 통해 적잖은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넥슨과 넷마블도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 인기 IP 확보전에 팔을 걷고 나섰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IP 기반의 게임을 모바일로 개발하는 동시에, 뮤지컬 등 문화 콘텐츠 쪽으로 IP의 활용폭을 키우고 있다. 넥슨과 NHN엔터테인먼트 역시 웹툰과 애니매이션 분야까지 확장하며 게임의 저변을 넓힌 한 해 였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