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입각하라던 금융당국은 침묵만
[뉴스핌=전선형 김나래 기자] 정치권의 입김에 금융시장 가격이 출렁이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카드사 일반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외치며 카드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20일 금융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김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야당 의원들은 이번 주 금융위원회를 방문해 카드사들의 일반가맹점 수수료율 인상 철회와 1%대 수수료 인하(영세가맹점 수수료를 1%로 모두 낮추는 것)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카드사 수수료 1%'법안과 관련해 야당은 쟁점법안인 기업활력제고특별법과 연계해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기준 더민주 의원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금융위가 인상안에 대해 3개월간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안다“며 ”일전에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하겠다는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한다. 이번 주 중으로 금융위를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도 "일단 금융위원회에서 조처를 하기로 했다“며 ”인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다시 보고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다만 "카드사 수수료 1%' 법안과 쟁점법안 처리의 딜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카드사들의 일반 가맹점 수수료 인상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앞서 카드사들은 중소‧영세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적격비용을 산출해 수수료율을 재산정했다.
이에 따라 196만 영세·중소가맹점은 기존보다 0.7%포인트(체크카드 0.5%포인트) 인하된 우대수수수료율을 내년부터 적용받게 됐고, 반대로 연 매출 3억원 이상의 일반가맹점 일부는 수수료율이 인상됐다. 수수료율이 인상된 곳은 전체 220만 가맹점 중 약 10%(20만) 미만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수수료율 인상을 통보받은 일반가맹점들은 항의에 나서고 이후 정치권까지 개입하면서 압박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현재 카드사들은 자체적으로 인상 철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으로 의견을 내놓은 상태는 아니지만, 금융당국의 지시가 있다면 인상을 철회할 의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키(Key)'를 쥐고 있는 금융위는 침묵만 지키고 있다. 일반가맹점 수수료 인상 논란이 불거진 지 일주일이 돼가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요구받은 게 없다. 원리에 맞춰 카드사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정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드사 측에서 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유예하겠다고 알려온 적도 없고, 정치권에서 당정협의를 하겠다고 논의 온 것도 없다. 거기에 대해 해명할 얘기가 없다”며 “어제 여신협회와 가맹점 등 관련자들끼리 회의를 하긴 했다. 하지만 유예한다는 결론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런 모호한 태도 때문에 일부에선 금융위를 비판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업계 고위관계자는 “가격 규제를 하지 않겠다고 금융개혁을 외치던 금융위가 정치권이 나서자 카드사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며 뒷짐만 지고 있다”며 “결국 가맹점 수수료율 비용을 카드사와 고객이 부담하는 형태가 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확실한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선거가 있다고 정치권 의견에 따라 원칙이 오락가락할 거였다면 적격비용은 왜 산정했는지 의문”이라며 “이미 영세가맹점들의 수수료율 인하로 6700억원이라는 수익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인데, 이런 식이라면 카드사들 다 죽으라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전선형 기자 (inthera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