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업체 전방위적 시장공략...국내업체 긴장
[뉴스핌=김연순 기자] '전자․IT, 자동차, 기계, 철강, 섬유․의류, 조선 등 제조업 전반에 중국발 한파주의보'
대한상공회의소는 27일 최근 10여 개 업종단체와 공동으로 '2016년 산업기상도'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중국의 공격적 투자와 시장진출이 발원지다.
상대적으로 중국시장에서 실적이 견조했던 자동차와 전자업종이 받는 충격이 더 크다. 중국의 거센 도전은 고스란히 이들 업종의 실적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향후 중국의 공격적이고 전방위적인 시장 공략과 전선확대가 더욱 거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5일 중국 백색가전업체 하이얼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를 54억달러(한화 6조5556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하이얼은 100여년 역사의 GE 가전사업부를 인수하게 되면서 앞서 저렴한 소형 냉장고를 만들던 중국지역회사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큰 도약을 하게 됐다.
◆ 삼성전자 LG전자, 중국산에 밀려 실적 악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른바 화웨이·샤오미로 대변되는 중저가 스마트폰의 도전 속에 스마트폰 사업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오는 28일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IT·모바일(IM)사업부문 영업이익률이 한자릿 수에 머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2년과 2013년 갤럭시 시리즈를 연이어 히트시키며 20%에 육박했던 영업이익률이 곤두박질친 것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선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애플의 아이폰 열풍이 지속되고 있고, 보급형 시장에서도 화웨이를 중심으로 중국 저가업체들이 한국 스마트폰의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약진이다. 화웨이는 작년 한 해 스마트폰을 1억대 넘게 팔아치우면서 세계시장 3위 제조사로 우뚝 올라섰다.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들은 '가성비(가격과 성능 비율)' 전략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면서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중국 중저가 스마트폰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고, 중저가시장으로 가면 영업이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그럼에도 시장규모가 있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레드오션이고 시장포화 상태"라고 말했다. 성숙기에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5년 만에 처음으로 한자리수(7.4%)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전날 실적을 공개한 LG전자 역시 지난해 MC(Mobile Communications)사업본부에서 48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729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중국발 한파는 스마트폰 뿐 아니라 디스플레이까지 전자업계 전반으로 불고 있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의 공격적 투자로 1년새 평균가격이 30%나 떨어졌고, TV 역시 같은 이유로 수출시장에서 평균 40% 낮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이에 LG디스플레이도 중국 물량공세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90% 이상 급감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세계 경기 침체 및 중국의 생산라인 증대로 공급과잉 확대에 따른 패널가격 인하가 4분기 실적악화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도 중국 로컬 업체들의 도전 속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현지 자동차사와의 경쟁에 밀려 2007년만에 처음으로 중국 내 출하량이 줄어들었다. 중국 시장에서의 실적 부진으로 마이너스 성장으로 이어졌다. 전날 현대자동차가 발표한 연간 수익률은 5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기아차 역시 중국에서 중국 업체들의 저가공세 등으로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4.6% 감소하는 등 지난해 영업이익이 6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 지사를 설립한 화웨이에 이어 중국 가전 브랜드 '샤오미' 역시 조만간 국내에 공식적인 총판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샤오미 제품 판매에 대한 공식 창구가 모호했지만 조만간 공식 총판을 설립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한 마케팅 역시 강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중국발(發) 시장판도 변화에 삼성 등 국내기업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병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은 최근 하이얼의 GE 가전부문 인수에 대해 "(북미시장에서 삼성전자에)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LG전자도 "GE와 하이얼이 시너지를 내기 위해 상당기간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에 단기적인 영향을 크지 않지만, 중장기 관점에서 본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와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