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증권부] 삼성이 증권가에 떠돌던 루머에 종지부를 찍었다. 삼성생명은 28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37.45%를 전량 인수키로 결정했다. 이로써 삼성생명은 삼성카드 지분을 71.86%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끊임없이 제기된 안방보험으로의 삼성카드 매각설을 순식간에 잠재웠다. 삼성생명과 삼성카드 투자자들은 이를 호재로 받아들여 두 종목의 주가는 이날 각각 10% 이상 치솟아 마감됐다.
더욱이 삼성증권은 이날 자사주 170만주를 장내매수를 통해 취득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지분 인수결정 공시 30여분 뒤 전격 이뤄졌다. 삼성생명이 향후 삼성증권의 자사주를 취득해 지분을 확대할 가능성을 연 것이다.
이로써 이번 삼성의 지분 정리로 한동안 회자되던 삼성증권 매각설 역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현재 삼성생명은 특수관계인(삼성화재 등)과 함께 삼성증권 지분 28.4%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취득한 자사주(8.71%)를 더하면 지주회사 계열사 보유지분 한도인 30%에 육박한다. 앞으로 1.6%만 취득하면 삼성생명의 지주회사 전환시 '기준점' 통과에 문제가 없어진다.
앞서 재계와 증권가에선 상당기간 삼성카드 매각설이 지속됐다. 그러다 지난해말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유사오후이 중국 안방보험 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힘을 받았고 작은 찌라시 내용에도 시장은 흔들렸다. 여기에 어제는 삼성증권 매각설까지 더해졌다. 한국금융지주에 매각을 타진중이란 루머가 나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삼성 금융계열 CEO들과 한국금융지주 측은 일축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최근 계속되는 루머를 차단하기 위해 빠르게 의사결정을 한 것으로 본다"며 "다만 삼성카드 지분을 취득했다는 자체가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포석이자 시그널이란 것은 더 분명해졌다. 삼성증권의 자사주 취득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본다"고 풀이했다.
그렇다고 삼성카드와 삼성증권 등에 대한 매각이나 조정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시키고 테크윈, 정밀화학, SDI 등을 팔며 그룹내 제조업분야 재편작업을 일단락한 삼성으로선 그룹의 한 축인 금융업에 대한 재편 숙제가 남아 있다. 결국 무리하게 팔지 않겠다는 의미로, 괜찮은 가격에 받아갈 매수자가 나타난다면 매각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삼성증권 매각설이 지속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낮은 수익성이 문제다. 삼성전자 등이 연간 수십조원을 버는데 비해 증권은 3000억원 안팎에 그친다. 해마다 부침도 심하다. 업계내 1등을 놓친지도 오래다. 증권업종도 성장성이 크게 떨어졌다. 그런데 그간 투자자 민원을 크게 받아온 브라질국채, 국고채 30년물, 후강퉁 실패 등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줄만한 민원은 끊이질 않는다. 더욱이 최근 미래에셋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며 독보적 1위의 자리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삼성증권의 입지는 한층 좁아지고 있다. 이 같은 요인들이 최근 삼성증권 매각설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 안팎의 해석이다.
증권사 한 CEO는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기엔 운용이 아무래도 용이하고 그러다보니 사실상 이미 한 몸이 된 삼성생명과 삼성자산운용을 중심으로 키우고 증권에 대해선 전략적 판단을 하지 않겠냐"며 "물론 그룹내 증권사의 기능과 역할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면이 있어 쉽게 결론내진 않을 것 같다"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주가 측면에선 삼성생명과 삼성카드, 삼성증권 모두 긍정적이란 관측이 높다. 아직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삼성생명은 이번 지분전환을 통해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됐다. 지금까지 계열사 이익을 지분법으로 잡지 않았던 삼성생명은 앞으로 계열사 이익을 지분법으로 잡으면서 과거대비 실적 상승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