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 효과…소비자 선호에 맞는 상품 노력 필요"
[뉴스핌=함지현 기자] 최근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유통업계에서는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는 뜻의 '가성비'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얇아지면서 '저가'가 경쟁력으로 떠오른 시대에 '합리'와 '효율'이라는 가치까지 더해진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브랜드나 마케팅 비용을 제외하고 제품 자체에만 집중해 가격을 낮춘 PB상품과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만족도가 높은 의류를 구매할 수 있는 SPA브랜드, 고가의 브랜드를 합리적인 가격에 마련할 수 있는 아울렛 시장이 추후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사진=롯데백화점> |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불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소비자들의 지갑은 더욱 닫혀만 가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1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0으로 지난달보다 2%p(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넘으면 향후 생활 형편이나 수입 등이 나아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은 것이고, 100을 넘지 않으면 그 반대로 상황이 나빠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결과는 소비자들이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심리가 소비의 주된 요인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소비위축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부담없는 가격에 합리적인 품질을 찾아 나선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라는 평가다.
그 중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유통업체들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PB(private brand)상품이다. PB상품은 패키지 디자인을 간소화하고 판촉 등 관련 마케팅 활동에 드는 비용을 축소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동시에 제품 자체에 집중해 품질을 높여가고 있다.
이런 전략은 소비자들의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의 피코크의 경우 지난 2015년 매출이 전년대비 40% 성장했으며, 약 250여개의 상품을 운영 중인 '노브랜드'의 경우 지난 12월 한달 동안 5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정연승 단국대학교 교수는 "PB상품은 필요없는 비용을 없애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기능만 제공하면서 성장해 왔다"며 "향후 대형마트나 슈퍼마켓 뿐 아니라 홈쇼핑이나 온라인에서도 PB상품이 출시되는 등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SPA 브랜드 역시 가성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로, 대량생산과 유통구조 축소를 통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저렴한 가격 뿐만이 아니다. 유니클로는 일상 생활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라이프웨어(LifeWear)'를, 자라는 패셔너블한 트랜드 의류를 추구하는 등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다양한 상품도 내놓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008년 5000억원이던 SPA 시장규모는 2009년 8000억원, 2010년 1조2000억원, 2011년 1조9000억원, 2012년 2조4700억원, 2013년 2조9000억원, 2014년 3조170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넓은 의미에서 프리미엄 제품을 합리적 가격에 구매하는 것도 가성비라고 본다면, 고가의 상품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아울렛 시장이 주목된다.
오프라인 매장 자체의 성장이 더디긴 하지만, 정체기에 머물고 있는 백화점에 비해 아울렛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백화점에서는 비싸서 사지 못하는 제품을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장만할 수 있다는 장점에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에 롯데나 현대, 신세계 등 주요 유통채널들은 앞다퉈 아울렛 매장을 오픈하며 전체 시장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장기불황이 이어지면서 가성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더해 성능과 퀄리티 등 보이지 않는 가치까지 꼼꼼히 살펴보고 구매하는 만큼 각 업체들은 이에 맞는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