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출자전환 전제조건으로 제시.."우선순위 정해 협상 나설것"
[뉴스핌=김신정 기자] 현대그룹이 채권단이 현대상선 살리기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용선료 인하 및 비협약채권 조정에 속도를 낸다.
3일 관련업계 및 현대그룹에 따르면 현대상선 채권단은 전날 산업은행에서 긴급 채권단회의를 열어 현대상선의 용선료와 비협약채권 채무조정이 이뤄졌을때, 금융권 채무에 대한 만기연장과 출자전환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해운업이 회복기미를 보이던 2010년 고가의 용선계약을 해외 선주들과 체결했다. 해운선사들은 화물운송을 위해 비용을 주고 선박 건조가 아닌 남의 선박을 빌려 화물을 운반하는게 일반적이다.
<사진=현대그룹> |
현대상선은 운용 선박의 70% 가량을 용선을 통해 운용중인데, 고가로 용선을 운영하다보니 비용부담이 막대했다.
현재 운용중인 선박 125척 중 85척이 그리스와 영국, 이스라엘 등 글로벌 선주사로부터 빌린 용선이다. 연간 용선료는 약 2조원에 달한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을 위한 고강도 자구책 방안에 용선료 인하 추진 등을 포함해 경영정상화에 나서겠다고 했다. 현대상선은 과거 계약으로 지금보다 5배 이상 비싼 계약 용선료를 지급함에 따라 외국 선주와의 용선료 인하 협상에 적극나서 비용부담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상선의 총 채무는 약 4조5000억원(지난해 9월 기준) 규모로 주요 채권단은 이 가운데 3분의1 정도만 보유하고 있다. 3분의2에 해당하는 채무가 채권단의 통제를 벗어나 있는 비협약채권(3조3000억원)이다. 대표적인 비협약채권은 공모, 사모사채 선박금융 등이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은 공모·사모사채, 선박금융 등 비협약채권에 대한 채무조정도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선박건조를 위해 자금을 지원한 선박금융 투자자와 회사채 투자자들과도 채무재조정에 대한 협상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우선순위를 정해 글로벌 선주사들과 용선료 재협상에 나설 예정으로, 운임이 워낙 낮아져 선주사들도 용선료 인하를 무조건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오는 4월 약 1200억 원, 7월 약 2400억 원 규모의 공모사채 만기를 맞는다. 공모채의 경우 은행 대출이나 사모채처럼 채권자와 협상해 만기를 연장하기 어려운 만큼 기한 내에 갚아야 한다. 현대상선의 지난해 3분기 별도 기준 부채는 5조570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786%에 달한다.
현대그룹은 전날 현정은 회장 300억원 사재출연과 현대증권 즉각매각 등 이러한 내용이 담긴 추가 자구안을 발표했다. 현대증권의 재매각 공고는 이날 진행될 예정이다. 더불어 현대상선이 보유중인 현대증권 담보대출과 현대아산 지분 매각으로 700억원을 조달해 총 1000억원을 현대상선에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일단 현대상선 측이 자구안에 담은 용선료 인하 협상 등을 지켜본 뒤 지원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