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로 원자재 급락·신흥국 위기 촉발
초저금리, 마이너스금리에 신용시장 질식
[뉴스핌=김성수 기자] 전세계 주식시장의 약세장 진입과 신용시장 위기는 지난 2014년 촉발됐던 미국 달러 강세의 후폭풍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의 분석가들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4년 7월부터 미국 경제지표 개선과 함께 금리인상 개시 전망에 따라 '수퍼달러'가 본격 시작된 후, 이러한 달러 가치 상승이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변수로 자리잡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달러화 가치가 오르자 달러로 표시되는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고, 이는 원자재를 수출하는 신흥국 자산가치도 동반 하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신흥국들은 통화 가치가 급락하자 자국 통화 방어를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했지만, 이는 신흥국이 외환보유액을 방출하면서 대외 충격에 더 취약해지게 만드는 악순환을 가져왔다.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 대비 상향된 기업 비율(파란색). 2014년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BAML> |
미 달러 강세는 전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과 맞물리면서 신용시장에 역풍을 불러일으켰다. 달러 강세가 나타났던 2014년 7월 이후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 대비 상향된 기업 비율은 꾸준히 하락했다. 이는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이 계속 증가했음을 뜻한다.
또한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신흥국 기업들의 외화표시 부채 부담이 늘어나 부도 위험이 높아졌고, 특히 에너지 업체들은 저유가에 따른 순익 급감까지 겹쳐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메릴린치의 분석가들은 전 세계적 저금리 현상도 신용시장의 활력을 망가트렸다고 지적했다. 특히 스웨덴에 이어 각국 중앙은행들이 연달아 실시한 마이너스금리 정책도 이를 가속화시킨 주범으로 꼽혔다.
2010년 이후 유럽 채권시장에 투자된 개인 투자자금 추이. (누적 기준) 2015년 이후 현재까지 미국 금융위기 이래 최대 규모의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출처=BAML> |
유럽 투자등급 채권시장에서는 작년 5월에 350억달러 규모의 개인 투자자금이 순유출됐다. 해당 유출액은 미국 투자은행(IB)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최고 수준이다.
현재 마이너스 금리를 실시 중인 주요 국가는 스위스·덴마크·스웨덴·유로존(유럽중앙은행)·일본 등이다. 이처럼 유럽 국가들이 대거 마이너스 금리 행렬에 동참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떠나고 채권시장 유동성이 고갈된 것으로 분석됐다.
BAML은 유럽 은행들이 금융위기 후 자본 확충에 나서면서 재무 건전성을 높였으나, 실질을 따져보면 그리 양호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2009~2014년까지 유럽 은행들의 보통주 자본 규모는 3500억유로 증가했으나, 재정위기를 겪었던 유럽 주변국 은행들이 대규모 부실 채권(NPL)을 떠안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는 것이 BAML의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