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자금 9조 유출·위안화 대리통화·北리스크 반영
"당분간 1240원 지지...상방 압력은 지속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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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허정인 정연주 기자] 우리나라 원화가치가 새해들어 홀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원화와 줄곧 비교되는 캐나다 달러, 호주 달러 등이 1% 내외에서 등락한 반면 원화는 4.8%나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간 데다 중국 위안화와 상관관계가 높아 '대리통화(proxy)' 효과, 북한 도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겹쳐 원화 하락폭이 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한 몫 한 것으로 진단됐다.
23일 뉴스핌과 신한금융투자가 공동으로 세계 16개 국가 통화가치가 작년말 대비 얼마나 변했는가 조사한 결과 원화는 4.8% 하락했다. 아르헨티나(-14.2%), 러시아(-5.9%)에 이어 3번째로 절하폭이 컸다.
일본 엔화가 6.4% 절상됐고, 영국 파운드, 인도 루피, 유로 등도 2~3% 강해진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특히 중국 위안화가 0.4% 절하된 것에 비해서도 원화의 절하폭은 컸다.
이같은 원화가치 하락은 우선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국인은 새해들어 주식시장에서 3조200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고, 채권시장에서도 6조원 이상을 팔았다. 외국인 채권보유 잔액은 1월 말 101조원에서 2월 현재 95조원으로 줄었다. 특히 프랭클린템플턴펀드가 채권 매도를 주도했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펀드들이 신흥 시장국에 광범위하게 투자한 채권 투자 손실을 감안해 자금 회수 필요성이 있었으며 현재 환율 베팅에 부담이 큰 원화 시장에서도 템플턴 자금 유출 이슈가 기폭제가 돼 가시화됐다"면서 "다만 외국인 자금을 채권, 주식과 차입 부문으로 나눠 보면 주식과 차입 부분보다는 채권 쪽에서만 크게 나간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오일머니 등 오랜 기간 한국에 들어온 핫머니들이 상당부분 빠져나감에 따라 최근 외인 채권 순매도는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외자유출에 따른 달러/원 상승 압력은 과거보다 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중국 위안화 약세에 베팅하는 대신 상관관계가 높은 한국 원화를 매도했다는 분석도 있다. 일명 대리통화(proxy) 효과다. JP모간은 이를 근거로 올해말 달러/원 환율이 1295원으로 5% 정도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장보형 이코노미스트는 "아직 광범위한 외국인 자본 유출 때문에 달러/원 환율이 상승했다고 보긴 곤란하며 채권자금이 기조적으로 빠져나간다고 보기에도 어렵다"며 "그보다는 중국이나 홍콩 쪽 투기적 압력이 원화로 이전됐다는 심리적 부담 영향이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잠재돼있던 북한 리스크와 사드 배치, 중국의 경제보복 가능성 등도 환율에 영향을 미쳤다.
박유나 동부증권 연구원은 "북한 발 지정학적 이슈가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부각됐고 사드 배치도 현실화되면서 달러/원 환율이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9일 오바마 대통령이 고강도 대북제재 법안에 서명한 날 달러/원 환율은 장중 1239.60원을 찍기도 했다.
기준금리 인하 이슈도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다. 수출 급감 등 경기부진으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대두됐다. 시장에서는 3월에 인하될 것으로 보고있다.
하건형 연구원은 "당국이 1240원 선을 지키려는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에 그 지점에서 상단이 제한될 것"이라며 "상방 압력은 우세하나 상승폭은 제한적인 모습이 한동안 연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정연주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