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인간극장’은 7~11일 오전 7시50분 ‘해녀 김옥자’ 편을 방송한다. <사진=KBS> |
'인간극장' 77세 현역 해녀 김옥자 할머니…3명의 손주까지 품은 '억척 바다인생'
[뉴스핌=박지원 기자] KBS 1TV ‘인간극장’은 7~11일 오전 7시50분 ‘해녀 김옥자’ 편을 방송한다.
테왁 망사리를 싣고 제주도의 노란 유채꽃밭과 영롱한 바다를 배경으로 달리는 오토바이. 해녀 김옥자(77) 할머니는 오늘도 어김없이 바다로 나선다.
독가시 때문에 아무나 잡을 수 없다는 가오리를 낚아채고 작살로 한 번에 고기를 잡는 그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해녀들 사이에선 옥자 할망이 지나간 자리엔 아무것도 없다고 소문이 자자할 정도다.
일행들이 하나, 둘 나와도 계속되는 옥자 할머니의 물질. “할머니 이제 그만 나옵서”라며 옥자 할머니를 부르는 건 3남매, 종훈(16), 지연(15), 용주(13)다.
남편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고 홀로 시아버지를 모시며 4남매의 자식들을 남부럽지 않게 키워낸 옥자 할머니. 이제 자식들에게 기대 살 법도 하지만 그녀가 품은 삼남매가 있기에 물질을 멈출 수 없다.
물질하랴, 자식 보랴, 장사하랴, 바쁜 와중에 옥자 할머니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옆집을 들린다. 서로를 ‘신랑’, ‘마누라’라 부르며 쌈까지 먹여주는 옥자할머니와 이웃. 이들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마을에 아쿠아리움이 새로 생기고, 해녀공연단의 배우로 뽑힌 옥자 할머니. 일흔 일곱의 할머니는 공연무대에 설 때마다 젊어지는 기분이라며 활짝 웃는다.
억척스러운 엄마로 살아온 지난날들, 멈출 수 없는 옥자 할머니의 바다인생을 만나본다.
◆억척 해녀 울 어멍
그물 대신 식칼을 입에 물고 잠수를 하는 해녀 김옥자 할머니. 넷째의 낚싯배가 줄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에 할머니가 직접 나섰다.
가오리를 단숨에 낚아채 독 가시를 제거하고 숨어있는 광어도 작살로 단 한 번에 잡는다. 문어가 지나다니는 길목에 타이어를 놔두는 비법까지 13살에 물질을 시작한 옥자 할머니는 타고난 바다 사냥꾼 본능을 지닌 현역 상군 해녀다.
20살에 결혼, 4남매를 두고 남편은 부산에서 버스 운전기사로 할머닌 제주도에서 물질을 하며 떨어져 지내야했다. 그런데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남편. 옥자 할머니는 홀로 시아버지를 모시며 오로지 물질만으로 자식들을 키웠다.
그런데 4남매 모두 결혼까지 시켜놓고도 쉬질 못하는 옥자 할머니. 마을 해녀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 물질부터, 개인 물질, 거기에 섭지코지 장사까지 그녀가 아직도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맞벌이로 집을 지키기 힘든 큰아들과 큰며느리를 대신 일흔 일곱의 옥자 할망은 기꺼이 손주 3남매를 품었다.
할머니를 따라다니는 것이 재밌다는 종훈이(16)와 제주도의 유도 유망주 지연(15), 전문 낚시꾼 못지않은 실력의 낚시왕 용주(13)까지 부족한 것 없이 삼남매를 보살피기 위해 옥자 할머니는 물질을 멈출 수가 없다.
무뚝뚝하지만 본인들 위한 할머니의 고생을 알기에, 할머니를 끔찍하게 생각하는 아이들. 할머니의 성게 손질을 거드는 손놀림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집에 돌아오면 할머니부터 찾고, 집에 안 계시면 수시로 전화를 걸어 확인까지 한다. 이번엔 궂은 날씨로 할망 걱정에 죽까지 싸들고 바다로 나왔다. 그리고 손주들이 가져온 죽 한 그릇에 그동안의 고생이 사르륵 녹는 옥자 할머니다.
◆제주 해녀로 산다는 것
옥자할망과 식사를 하는 옆집 이웃. 서로를 ‘신랑’ ‘마누라’ 라 부르며 쌈도 입에 넣어주고 일흔 일곱, 황혼의 로맨스가 펼쳐지는가 싶지만 그 상대는 바로 이순덕 할머니다.
순덕 할머니도 일찍 남편을 잃고 옥자 할머니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오고 있는 것인데, 해녀들의 세계에선 서로가 경쟁자이자 물속에선 서로를 지켜주는 관계다. 비슷한 삶에 대한 동변상련으로 깊은 바다만큼 그녀들의 우정도 깊어졌다.
쉬는 날, 물리치료를 받으러 간 옥자 할머니. 병원으로 들어갔더니만 약속이라도 한 듯 누워있는 사람들은 모두 해녀들이다. 물질 가는 만큼 병원에도 자주 다니고 해녀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다는 고질병. 옥자 할망만해도 물때에 맞춰 바쁘게 다니니 오토바이 사고는 벌써 4번째, 바다로 나서기 전 진통제는 필수품이 됐다.
그래서일까, 남다른 그녀들의 풍습이 있다. 영등 할아방이 들어오는 날 늦은 저녁, 옥자 할망이 보따리를 싸들고 집을 나서고, 이번에도 해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날이 밝을 때까지 올 한해 안녕을 비는 간절한 마음으로 굿이 벌어진다. 옥자 할망과 제주 해녀들은 그렇게 살아간다.
‘인간극장’에서는 일흔일곱, 3명의 손주들을 품은 옥자 할머니의 멈출 수 없는 바다인생을 만나본다.
[뉴스핌 Newspim] 박지원 기자 (p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