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우의 수 계산하는 IBM 딥블루와 달라..알파고가 보다 인간적"
[뉴스핌=김선엽 기자] "알파고는 2개의 신경망을 이용해 선택된 자료만 사용한다. 딥 블루가 초당 2억개의 위치를 서치하는 반면 알파고는 초당 10만개만 서치한다. 알파고가 더 인간에 가깝다는 증거다"
하사비스는 지난 9~10일 2차례에 걸쳐 이세돌 9단을 꺾은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의 개발자다. 하사비스가 언급한 딥 블루는 1997년 세계 체스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를 꺾은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다.
하사비스는 이날 강연에서 알파고의 승리가 하드웨어적 성능의 개선에 기초한 것이 아닌 알고리즘 연구에 의한 것임을 강조했다. 딥 블루가 체스에서의 모든 경우의 수를 탐색해 최적의 수를 찾아냈지만 바둑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바둑은 인간이 만든 가장 복잡한 게임"이라며 "바둑판이 달라질 수 있는 복잡성은 10의 170 제곱으로 우주 속 원자보다 더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을 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10의 700제곱"이라며 "바둑은 직관과 연산이 필요하므로 우리는 패턴 인식과 플랜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가 11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석학 초청강연'에서 알파고의 동작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카이스트 제공> |
이에 따라 하사비스는, '조절 가능한 수준에서 바둑알이 갈 수 있는 서치 공간을 줄이는 것', '어떤 바둑판에서 누가 이기는지를 평가하고 결정하게 만드는 것', 이 2가지를 목표로 알고리즘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그는 "딥블루가 기계적으로 방대한 양의 자료를 처리한다면, 알파고는 신경망을 통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선택된 소수의 정보만을 처리한다"며 "마치 인간이 무의식적인 직관을 통해 상황을 판단하고 인지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아직 인간처럼 정교하지 않지만 그런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9단과의 대국에 대한 평가도 언급했다. 하사비스는 "이세돌과의 대전에서 불안했지만 우리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게임을 치르면서 중반 이후부터 잘 하고 점점 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또 "이세돌 역시 게임의 대부분에서 자신이 밀리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할 때 흥미로웠다"며 "알파고도 그렇게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도 프로 9단들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