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제일기획 일부 지분만 보유...해외지사부터 매각할 듯
[뉴스핌=김신정 기자] 지난달 중순 삼성그룹 광고계열사인 제일기획의 매각설이 퍼지면서 광고업계가 재조명받고 있다.
삼성이 몇 년 전부터 전자와 금융을 제외한 실적이 저조한 사업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광고업계 1위인 제일기획을 매각하려는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또 향후 삼성의 제일기획 운영 방향도 관건이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들은 자체 광고계열사들을 경영상 어렵다는 이유 또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각했다.
광고산업 특성상 국내 대기업 광고계열사들은 대부분 내부 물량에 치중해 왔다. 해외기업 광고주 유치가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이는 외국 광고대행사들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선 마땅한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나마 제일기획이 삼성의 네임밸류를 가지고 국내 광고업계 가운데 해외 네크워크를 공격적으로 늘리며 성장세를 보여왔다. 현재 제일기획은 해외 41개국 52개 거점을 보유한 국내 1위이자 글로벌 15위 광고 회사다.
통상 대부분의 국내 광고업은 글로벌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현지화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당초 그룹 내 광고업은 돈버는 사업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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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송유미 기자> |
포스코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광고 계열사인 '포레카'를 팔았고, 한화는 주력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위해 매출 비중이 크지 않은 광고 계열사 '한컴'을 두산 오리콤에 매각했다.
LG도 지난 2002년 구조조정 차원에서 광고 계열사 LG애드(현 HS애드)를 영국의 다국적 광고그룹인 WPP에 매각했다가 2008년 다시 재인수했다.
업계에선 삼성이 제일기획의 지분 중 일정 부분만 보유한 채 광고업에서 손을 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결국엔 LG와 비슷한 구도로 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주요 외신들은 프랑스 광고회사인 퍼블리시스가 제일기획 지분 30%를 공개 매수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제일기획은 공시를 통해 "글로벌 에이전시들과 다각적인 협력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힌 상태다.
광고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브랜드별로 광고들을 이쪽, 저쪽 여러 다른 광고회사에 맡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제일기획을 온전히 다 매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이 제일기획의 어느 정도의 지분만을 보유한 채 광고업에서 서서히 손을 떼는 구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일단 제일기획이 그룹 전반적인 광고 관련 통합관리를 하고 해외에선 제휴한 에이전시를 적극 활용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이를 위해 실적이 다소 저조한 미국, 러시아 등지에 있는 제일기획 해외지사들을 먼저 처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다른 관측으로는 현재 제일기획의 해외 지사를 그대로 놔두는 대신 관리기능만을 살려두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엔 LG애드-WPP-HS애드와 같은 구도로 가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과거 LG그룹은 외환위기로 국내 경기상황이 안좋아지자 WPP에 LG애드를 팔았고, 그 뒤로 몇 년간 WPP로 편입된 LG애드는 LG그룹 광고를 도맡았다. 매각할 당시 이미 수주한 광고에 대한 보장기간을 두는 게 업계간 관례다. 그 뒤 LG그룹은 기업 광고 보안문제와 해외진출에 어려움을 느끼자 WPP로부터 LG애드를 되사오게 된다.
광고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순수 국내 5위권의 광고대행사가 해외 광고대행사에 팔린 뒤 순위가 20위권으로 떨어진 전례가 있다"며 "해외 광고업계에 매각하는 사례가 하상 긍정적일 순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대기업이 광고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곳은 삼성(제일기획), 현대차그룹(이노션), LG그룹(HS애드), 롯데그룹(대홍기획), SK그룹(SK플래닛), 두산(오리콤)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신세계가 최근 사업목적 정관변경에 광고업과 광고업에 관련된 사업의 투자 등을 안건에 상정하면서 광고업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
결국엔 국내 광고 비즈니스 영역이 점점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뚜렷하다. 광고 비즈니스 특성상 규모보단 업계에서 제일 큰 자산인 인력 싸움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