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 컨소시엄 참여 필요성, 공감 안돼"
[뉴스핌=박민선 이광수 기자] 현대증권 본입찰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한 현대그룹 자구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현대증권 매각은 현대그룹의 매각 진정성 의혹부터 미래에셋증권의 참여 가능성까지 고비마다 다양한 이슈를 쏟아내고 있다. 복잡해진 경쟁구도로 인해 끝까지 안갯속을 헤매는 상황 속에서 매각 주체와 인수 후보간 매각 가격에 대한 의견 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유난히 잡음이 많았던 이번 인수전도 어느새 후반부에 접어들며 시장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 여의도 현대증권 본사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 4700억원 VS 6500억원…'평행선' 가격차
이번 인수전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변수는 가격이다. 지난해 일본계 사모펀드인 오릭스로의 매각이 불발된 이후 재추진되는 과정에서 현대그룹과 유력 인수후보들 간 적정 매각가격에 대한 이견은 쉽사리 좁혀지지 않았다. 현대증권의 주가는 현재 6000원대 후반으로 현대그룹의 이번 매각 대상 지분 22.6%의 가치를 산정해보면 대략 36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30%로 잡는다고 하더라도 4700억원 수준.
하지만 현대그룹은 지난해 오릭스의 매각금액인 6500억원을 기준으로 적정 가격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논란이 됐던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증권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이 7000억원대로 추정되고 있어 인수후보군들이 이 정도 수준 이상을 써내지 않으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처럼 인수가격을 둘러싸고 양측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초 실사 자료 불충분을 이유로 들며 본입찰 불참 카드까지 꺼내든 바 있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은 현대증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부문의 현황 파악을 위한 실사 자료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다며 가격 산정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이 같은 주장은 가격을 낮추기 위한 기싸움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으나 대우증권 인수전과 달리 본입찰을 통해 인수 가격를 써낼 기회가 한번 뿐이라는 이번 딜의 특성을 감안할 때 제기할 만한 문제제기였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실사를 마친 현대증권 측은 후보들이 원하는 자료를 모두 제공했다며 실사 과정에 충실했음을 거듭 강조했지만 양측 시각차가 완전히 해소됐는지는 미지수다.
◆ 부동산 PF 등 불확실성 잔존 '승자의 저주' 우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증권 인수전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가격 경쟁이 벌어질 환경은 마련됐다면서도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가 무리한 베팅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양사 모두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데다가 마지막 남은 대형 증권사 인수전이라는 점에서 절박함은 더없이 커지긴 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2000억원 이상을 더 부르는 것은 오히려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현대증권 PF 부문의 불확실성은 마지막까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증권사 임원은 "초기에만 하더라도 대우증권 패자부활전이란 측면에서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있었지만 인수만을 목적으로 적정 가격을 넘겨 무리하게 지르다 자칫 승자의 저주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더라"며 "특히 현대증권의 PF 사업부문은 한투에서 문제제기를 했던 부분인만큼 실사를 통해 사업성에 대한 내용 파악이 됐다면 된대로, 안됐다면 안된대로 고민꺼리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제 한 증권사 PF 전문가는 "현대증권의 부동산 PF가 자체 자금운용한도를 무리하게 끌어다 쓰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향후 우발채무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PF 부문에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투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세밀하게 들여다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현대증권이 지난주 열린 주주총회를 통해 친현대그룹 인사들을 이사진으로 대거 임명했다. 현대증권측은 통상적인 아사회 교체라는 입장이지만 매각을 앞두고 이 같은 인수권 행사는 매각 진정성에 대한 의혹을 이어가게 하는 단초라는 시선도 있다.
다만 사모펀드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본입찰에 공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LK투자파트너스로부터 컨소시엄 참여를 제안받은 미래에셋증권은 본입찰을 사흘 앞둔 현재까지 이렇다 할 결정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 뿐 아니라 다른 증권사를 통한 자금 조달에 성공할 경우에라도 공격적 베팅에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이 컨소시엄에 굳이 참여해야 할 필요성이 있느냐에 대해 공감이 되지 않는 게 사실"이라면서 "다만 사모펀드로선 어떤 파트너를 구하더라도 자금력을 확보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이 결과에 따라 써낼 수 있는 가격이 변하는만큼 이번 딜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이광수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