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안 초과이행 불구 경영정상화 역부족.."갈 길 멀다"
[뉴스핌=김신정 기자] 금융당국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간 합병 가능성에 대해 부인하고 경영정상화 방안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이제는 이들업체가 내놓은 향후 자구안 이행 계획 절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3월 산업은행 등 주요 채권단과 자율협약에 들어간 현대상선이 지난 2013년 말에 내놓은 2조9000억원 가량의 자구계획 가운데 지금까지 4조3000억원(이행률 152%)을 이행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유동성 자금은 2조6000억원에 이른다.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현대상선 자산인 LNG사업부 매각(9668억원)과 현대로지스틱스 주식매각(3220억원) 등을 통해 총 2조5354억원을 마련했고, 올해 들어 현대증권(1조2500억원) 매각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사재출연(300억원) 등으로 1조7825억원을 조달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현대상선은 지난 2013년 5조9551억원에 달했던 차입금을 지난해 4조8156억원으로 낮추며 약 1조1000억원 가량을 줄였다. 하지만 한해 9000억원 넘게 지출되는 용선료(선박 임대료)와 만기가 임박해 있는 회사채 등으로 결국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게 됐다.
금융당국은 현재까지 현대상선의 만기도래 공모채 가운데 1조432억원 가량에 대한 차환 발행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아직 현대상선의 경영이 정상화되기까진 역부족이다.
지난 25일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한 한진해운도 지난 2013년 말 내놓은 2조5000억원의 자구계획안 가운데 지금까지 3조3000억원을 이행(이행률 132%)했다. 이를 통해 약 1조9000억원 가량의 유동성을 조달했다.
한진해운이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정상화를 위해 자율협약을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로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한진해운은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용선 부문 매각(1조6516억원)과 유상증자(4000억원) 등으로 3조328억원 가량을 마련했고, 올해 들어선 런던사옥 매각(650억원), 상표권 매각(1113억원) 등으로 2609억원을 확보했다.
이런 자구 노력으로 지난 2013년 8조1265억원에 달하던 차입금 규모를 지난해 기준 5조5967억원까지 대폭 낮췄다.
하지만 한해 1조원 넘는 용선료 지불과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업황이 한진해운의 발목을 잡았다. 전날 한진해운은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 포기 각서와 기존 계획보다 2000억원을 더 마련하겠다는 자구 노력 방안까지 제출했지만 신청서는 접수시키지 못했다. 경영 정상화 세부 방안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였다.
금융당국은 한진해운의 보완 자구안을 받은 뒤 2주안으로 자율협약 체결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3년부터 지금까지 한진해운의 만기도래 공모채 가운데 8387억원 가량에 대한 차환 발행을 지원했다.
좀처럼 업황이 살아나지 않고 있는 현 시점에서 그 동안 돈되는 자산을 모조리 다 팔아치워 버린 해운업계에 마땅한 방안과 묘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제 남은 건 용선료 인하 협상과 회사채 조정 뿐이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해외 선주사들과의 용선료 인하협상에 총력을 기울이는가 하면 사채권자(회사채 등을 보유한 채권자)들을 설득해 회사채 만기를 연장할 방침이다.
현대상선은 오는 6월경 2차 사채권자 집회를 열 예정이며, 한진해운도 조만간 회사채 만기 연장을 위해 사채권자 집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