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본드 '찬바람' 뭉칫돈 빠져나가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저자세가 두드러진다. 위험자산에서 발을 빼는 한편 금값을 둘러싼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대표적인 비관론자였던 골드만 삭스 역시 금값 하락 전망에서 일보 후퇴하는 움직임이다. 투자자들의 ‘리스크-오프’ 심리가 주요 자산 시장 전반에 번지는 양상이다.
11일(현지시각)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정크본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 아이복스 달러 하이일드 회사채 ETF에서 지난 9일 기준 6거래일 사이 36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금 <출처=뉴시스> |
이날 도이체방크도 정크본드 관련 펀드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 사이에 ‘팔자’가 고조되면서 관련 채권의 프리미엄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지난 6일 사이 미국 국채 대비 정크본드의 수익률 프리미엄이 40bp 급등, 6.53%까지 뛰었다.
최근 상황은 일시적인 조정이 아니라 추세 변화의 시작 단계라는 것이 투자은행(IB)의 진단이다. 도이체방크는 보고서를 통해 투자자들이 하이일드 본드 시장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고 있고, 리스크 선호 심리 역시 꺾였다고 전했다.
정크본드 관련 ETF는 지난 2월 저점 대비 9.9% 랠리했다. 디폴트 상승으로 인한 경계감과 경기 둔화 우려, 여기에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이 맞물리면서 가격을 끌어내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리처드 터닐 블랙록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앞으로 정크본드 투자 수익률이 지극히 저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월가 IB들 사이에 금값을 둘러싼 장밋빛 전망이 꼬리를 물어 관심을 끌었다. 올들어 금값이 20%에 달하는 랠리를 연출했지만 추세적인 상승의 시작일 뿐이라는 진단이다.
특히 금값 폭락을 경고했던 골드만 삭스 역시 비관론에서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JP모간의 솔리타 마셀리 애널리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고객들에게 금의 장기 상승을 겨냥해 포지션을 확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올해 온스당 1400달러 선을 쉽게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너스 금리가 확산된 데 따라 주요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 자산 다변화를 시행, 금 보유량을 늘릴 여지가 높다는 것. 여기에 저금리 시대 금의 투자 매력이 투자자들 사이에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그는 기대했다.
골드만 삭스는 이날 금값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12개월 전망치를 종전 온스당 1000달러에서 1150달러로 15% 높여 잡았고, 3개월과 6개월 전망치 역시 각각 1100달러와 1050달러에서 1200달러와 1180달러로 올렸다.
금값의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연방준비제도(Fed)의 예상밖 비둘기파 행보로 인해 기존의 전망보다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폴 싱어 역시 금값 강세론을 펼쳤다. 지난 1분기 30년만의 최대 랠리는 금값 상승의 시작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이 통화 평가절하를 정조준하고 있다”며 “금을 매입해야 할 이유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