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모델도 유권자 뜻 거스르는 일"
[뉴스핌=이고은 기자] 영국 시민들은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것에 동의할 경우 '대안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다.
16일 자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브렉시트 지지 진영이 대안이 될 무역협상에 대해 명시한 적이 없고, 법안을 통과시킬 하원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대혼돈 상황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설령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EU 비(非)회원국인 노르웨이 모델을 차용하더라도, 영국 유권자들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결과를 낳는 이른바 '도루묵' 상황이 된다는 지적이다.
◆ 브렉시트 진영, 중요 사안에 '대안 부재'
다음 달 23일,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결정짓는 영국 국민투표가 탈퇴 쪽으로 가닥이 잡히며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렇게 되면 차기 총리는 보리스 존슨 전(前) 런던 시장과 마이클 고브 영국 법무장관 같은 브렉시트 '지지 진영'에서 배출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 이코노미스트 지와 같은 분석이 제기된 것이다.
<사진=블룸버그> |
먼저 EU는 영국과 어떤 협상을 해야할지 분명치 않아 곤혹스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 이후 어떤 종류의 무역협상을 마련할지 명확하게 표현한 적 없다는 것이 지지 캠프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나 스위스 모델을 본따는 것은 영국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거론된다. 노르웨이는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유럽경제공동체(EEA) 일원이며 스위스는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일원이다. 해당 국가 모델에서는 영국 기업이 유럽 대륙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등의 EU 시장 진입이 허용되고, EU 재정 분담금 부담과 함께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브렉시트 지지 진영은 노동력 이동과 재정 분담금에 대해서 반대한다.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칙만을 따르는 간단한 무역협상을 실시할 경우 자주권 면에서는 이점이 있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는 손해가 예상된다. 영국 제품에는 관세가 부과되고, 기술 등 서비스 영역에서도 제약이 생긴다. 호황을 맞고 있는 수출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수출품의 44%가 EU로 가는 반면 EU 수출품의 8%만이 영국에 들어오고 있다.
◆ '직접민주주의 맹점'… 노르웨이 모델, 유권자 의사완 달라
이코노미스트 지는 브렉시트에 관한 대부분의 논의가 EU가 영국 시장에 수출을 하기 위해 영국에 관대한 입장을 취할지, 아니면 다른 나라의 추가적인 이탈을 막기 위해 '적대적인' 입장을 취할지를 재고 있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대표적 브렉시트 지지파인 보리스 존슨 시장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더 좋은 입장에서 무역협상을 할 것이라는 단순한 주장만 고수하고 있는데, 이코노미스트 지는 이것이 마치 '트럼프 같은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모든 무역 협상이 하원 결의를 통과해야한다는 것도 문제로 남아있다. 영국 하원의 대다수가 EU 잔류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당 하원의원의 절반과 노동당의 다수, 자유민주당과 스코틀랜드국민당의 전부가 브렉시트에 반대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지는 이것이 '직접민주주의의 맹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유권자들이 대단히 중요한 원칙에 결정권을 행사했을 때, 이후 세부적인 정책 실행에는 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혼란을 봉합하기 위해 결국 고브 장관 혹은 존슨 시장이 이끄는 정부가 노동력 이동과 재정분담금 지불을 포함한 노르웨이 모델의 무역협상에 동의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이것이 유권자의 뜻을 거스르는 결정이 된다는 데 있다. 이민에 반대하면서 또한 EU 회원국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지불하기를 원치 않는 것이 영국인들이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주된 이유이기 때문이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