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형 출시와 동시에 할인…출혈 경쟁 지적도
작년 1조에 달하는 순손실, 수익성 개선에 악영향
[뉴스핌=김기락 기자] 지난해 1조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낸 한국지엠이 ‘출혈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7년형 쉐보레 스파크 출시와 동시에 할인에 나섰기 때문이다.
스파크가 한국지엠 내수 판매의 약 40%를 차지하는 만큼, 지나친 출혈 경쟁은 한국지엠의 수익성 개선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전일부터 2017년형 스파크를 출시하고 판매에 들어갔다. 2017년 스파크는 연식 변경 모델로, 기존 운전석, 동반석 에어백 및 사이드 에어백, 커튼 에어백 외에 추가로 뒷좌석 사이드 에어백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로써 총 8개 에어백을 장착한 국내 유일의 경차가 됐다. 한국지엠은 이달 2017년형 스파크 구매 시 50만원의 현금할인 또는 1.9%의 초저리 할부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7월 신형 스파크를 출시했으나 경쟁 차종인 기아차 모닝에 밀렸다. 기아차가 모닝 구매자를 대상으로 100만원에 달하는 에어컨을 제공하는 등 마케팅 공세에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형 스파크는 신차임에도 불구, 지난해 11월부터 모닝 수준의 할인에 돌입했다.
그 결과, 스파크는 올 2월부터 모닝을 제치게 됐다. 올들어 5월까지 스파크는 3만5128대, 모닝은 2만8958대 판매됐다. 올들어서도 양사의 할인 공세는 이어졌다. 지난달의 경우, 한국지엠은 스파크 구매 시 100만원 할인 또는 230만원 상당의 LG전자 냉장고를, 기아차도 100만원 할인 또는 200여만원 상당의 삼성전자 에어컨을 구매자에게 제공했다.
이달에도 2016년형 스파크 구매 시 80만원의 할인 또는 LG전자 냉장고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기아차는 모닝 구매자 대상으로 기존 할인에 20만원을 추가 할인 중이다. 이들 차량 가격이 900만~1500만원대라는 점에서 할인 규모는 최대 30%에 달한다. 경차 마진은 차값의 7~8%로, 중형차 보다 서너배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파크는 한국지엠 내수의 30~40%를 차지하는 대표 차종이다. 지난해 한국지엠은 국내에서 스파크 5만8978대를 판매,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이는 한해동안 한국지엠 전체 내수 판매량인 15만8404대 대비 37%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한국지엠은 내수에 수출 46만3468대를 더해 총 62만1872대를 판매했다. 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6% 늘었으나 수출은 1.4% 줄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당기순손실 1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한국지엠의 영업손실은 5944억원, 당기순손실은 9868억원이다. 수익성 개선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2017년형 스파크 할인에 대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신차 출시와 동시에 할인을 시행하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마케팅이라는 시각과 함께 출혈 경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기아차가 오는 4분기 신형 모닝 출시를 앞둔 만큼, 할인폭을 대폭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차는 일반적으로 완전히 바뀌는 완전 변경 모델을 비롯해 부분 변경과 연식 변경 등 크게 세 가지인데, 2017년형 스파크의 경우 연식 변경 모델이다. 결국 기아차와 한국지엠의 경차 경쟁이 연식 변경한 신차까지 할인 대상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신차를 출시할 때 할인을 하지 않지만, 스파크는 특이한 상황”이라며 “경차 시장에서 리더 자리를 지켜나가기 위한 것(할인 시행 등)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지엠이 신차 출시 때 판매 가격을 높게 책정한 후 실제 판매 시 할인을 많이 해주는 이른 바 ‘수입차 가격’ 전략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의심을 드러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