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친환경차 보조금 대상서 제외…판매 '경고등'
[뉴스핌=송주오 기자] 한국지엠이 하반기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하반기 첫 신차인 쉐보레 말리부 하이브리드(HV)가 정부의 친환경차 세제 혜택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 이 탓인지 한국지엠 본사는 쉐보레 영업소가 말리부 하이브리드 판매를 시작했는데도 불구, '몰랐다'는 반응부터 보였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친환경차 시장 특성상, 세제 혜택 여부가 판매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한국지엠의 상반기 상승세가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4일 한국지엠 및 한국지엠 일선 영업소에 따르면 쉐보레 말리부 하이브리드 카탈로그에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구매/운행 혜택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명시됐다. 이는 정부의 친환경차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말리부 하이브리드는 1.8 SIDI 가솔린 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를 장착했으며 1.5㎾h 리튬이온 배터리가 조합됐다. 복합 공인 연비는 리터당 17.1km(도심 17.3km/ℓ, 고속 16.8km/ℓ)다.
정부는 친환경차 기준을 충족한 하이브리드 차량에 취·등록세 7%(최대 140만원), 개별소비세·교육세 최대 130만원, 공채매입 최대 40만원 등 세제 혜택에 보조금 100만원까지 최대 410만원을 지원한다.
말리부 하이브리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km당 95g으로 기준(km당 이산화탄소 97g 이하 배출)을 만족했다. 하지만,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탄화수소, 입자상물질 등 기준을 2가지 이상 충족하지 못해 최종적으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은 파악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말리부 하이브리드 자료가 홈페이지에 올라왔느냐? 마케팅쪽에 확인해보겠다. (홈페이지 검색 후) 찾지 못하고 있는데 어디 있느냐?"며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본사와 영업소의 소통이 안 되고 있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이후 "신형 말리부가 정부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세제 혜택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가격 경쟁력 확보에 실패한 말리부 하이브리드는 사실상 출시와 함께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말리부 하이브리드 가격은 LT 3180만원, LT 디럭스 3348만원이다.
반면, 경쟁 모델인 현대차 LF쏘나타 하이브리드는 3029만원에서 3473만원이다. 세제 혜택을 적용하면 LF쏘나타 하이브리드 판매 가격은 2786만원에서 3230만원까지 내려간다. 여기에 현대차에서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130만원의 할인혜택을 더하면 실 구매가격은 2656만원으로 대폭 낮춰진다. 세제 혜택을 못 받는 말리부 하이브리드가 가격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한 꼴.
이로 인해 한국지엠은 하반기 친환경차 판매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하이브리드 시장 규모는 2만5485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2% 성장한 규모다. 단적으로, 기아차 니로는 4월 출시 후 석달 만에 8366대 팔리며 국내 친환경차 시장 1위로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차량은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가격이 높아 세제 혜택 유무가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아차가 하이브리드 SUV 모델 니로의 마케팅 수단으로 '실구매가'를 활용한 이유"라고 말했다.
또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차를 출시하면서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자체 프로모션을 강화해야 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말리부 하이브리드를 판매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