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사람부터 살리고 보자'는 심정으로 8·15특사 기대
[뉴스핌=함지현 기자] "장기이식환자에 필요한 감염관리나 CMT 재활치료 환경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감옥에 이재현 회장이 수감될 경우,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주치의는 법원에 제출한 소견서에서 이 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이 회장은 최근 부축 없이는 일상생활이 힘들정도로 건강상태가 급속히 악화됐다. 단순히 신체적인 건강상태가 나빠졌을 뿐만 아니라 연이은 사건으로 인해 심적 스트레스도 극에 달했다.
그는 8·15특별사면을 기대하고 대법원에 상고 취하서를 제출했다. '사람부터 살리고 보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게 CJ측 설명이다.
이재현 CJ그룹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19일 CJ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부축 없이는 걷지 못하는 등 일상생활이 힘들어진 상태다.
특히 양쪽 다리(하지)에 이어 팔(상지) 쪽 근육 위축·소실 속도가 빨라지면서 손과 손가락의 변형과 기능저하가 나타나 젓가락질도 못하고 식사를 포크로 하고 있다.
하지(다리) 역시 상태가 악화, 종아리 근육이 모두 빠져 체중이 양 쪽 무릎에 실리면서 관절에 무리가 가면서 부축 없이는 혼자 걷지 못하는 상황이다. 종아리 근육량은 지난 2012년말 대비 26%까지 빠졌다.
이 병은 특별한 치료제가 없어 매일 2회 전기자극 치료 시행하고 있지만 이미 위축·변형된 손과 발을 원 상태로 되돌릴 길이 없다. 또 무릎관절이 손상돼 통증을 호소하고 있어 치료를 제대로 할 수도 없는 상태다.
뿐만 아니라 이식신장 거부반응도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면역억제제를 고용량으로 쓰고 있으며 이 때문에 간수치 악화, 부신부전증, 입안 궤양, 고혈압 등 면역억제제 자체에 의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입 안 궤양은 병원균의 침투를 용이하게 해 전신감염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
<사진=CJ그룹> |
CJ그룹 관계자는 "무엇보다 힘든 건 3년이 넘는 투병과 재판 상황, 아버지의 타계, 이어진 어머니의 병환 등으로 환자의 심리 상태가 극도로 불안해졌다는 것"이라며 "특히 지난해말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선고를 받은데 이어 그 충격으로 평생 의지해온 어머니마저 쓰러지자, 좌절감과 죄책감에 음식거부, 치료거부 증세를 보여 혈관으로 영양수액과 함께 항우울제를 투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회장처럼 여러 가지 병을 동시에 앓는 경우 환자의 심리적 안정감과 강력한 치료의지가 중요하다"며 "하지만 오히려 불안감, 무기력증, 우울증이 지속돼 내과, 정신과, 재활의학과 등 의료진 협업에도 전혀 병세가 나아지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같은 상태에서 구속수감된다면 이 회장은 매우 치명적인 위험에 처할 것"이라며 "패닉에 빠진 이 회장은 가족에게 '내가 이러다 죽는거 아니냐. 살고 싶다'고 죽음의 공포를 호소하곤 한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이날 이같은 건강상태 악화로 인해 더 이상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 대법원에 상고 취하서를 제출했다. 동시에 검찰에 형집행정지 신청서도 냈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건강상태로는 구속수감이 불가능하다는 게 명확해 보인다"며 "재벌 총수가 아니라 한 사람이라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바라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