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OMC전 펀드 환매물량 쏟아져…3Q 기대감 약화도 이유"
[뉴스핌=이보람 기자]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기관의 대규모 '팔자' 움직임이 거세다. 이를 두고 증시 전문가들은 수년간 박스권에 갖혀있던 국내 증시에 대한 '학습효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었다. 미국 금리인상 불확실성 역시 기관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추석연휴를 전후(19일과 13일) 이틀동안 기관은 1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최근 6개월(3월19일~9월19일) 누적 순매도 규모가 9조5392억원임을 감안할 때, 약 10%에 달하는 매물 폭탄이 이틀 동안 쏟아졌다. 기관투자자 중에서도 최근 이틀간 금융투자부문의 매도는 극에 달했다.
최근 3개월간 투자자별 매매 현황. <자료=대신증권 HTS 갈무리> |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관의 매도세가 수년동안 박스권에 갖혀있던 지수 흐름을 고려한 펀드 환매 움직임에 기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국내 증시가 어느정도 고점에 도달했고 하락이 예견된다고 보는 기관들의 시각을 보여준다.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무리하게 매수를 확대할 이유는 없다는 것도 매도의 또 다른 이유로 꼽혔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일반적으로 코스피가 2000선을 넘어가면 기관의 환매 물량이 시장에 많이 나온다"며 "특히 오는 21일(현지시각) FOMC 회의를 앞두고도 계속 주가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무리해서 매수세를 이어가는 것은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전략팀장 역시 "그동안 코스피가 박스권에 갖혀있으면서 공교롭게도 2050선에 도달한 뒤 1900선 아래까지 하락한 사례가 많았다"며 "시장에서 기관투자자들도 이를 경험한 '학습효과' 때문에 펀드환매 물량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봤다.
특히 기관 중에서도 금융투자의 매도폭이 크게 나타난 것과 관련해선 주가연계증권(ELS) 환매 등이 계속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반면 외국인은 달랐다. 기관의 매도 움직임과는 달리 이달 10거래일 중 7거래일 사자를 기록하는 등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일에도 외국인은 470억원어치 순매수했고 코스피 상승을 견인했다. 코스피는 지난 19일 전거래일 대비 28.19포인트, 0.70% 상승한 2015.78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에 일각에선 기관들이 코스피의 박스권 탈출을 가로막는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또한 한동안 계속된 연기금의 매도로 침체된 코스닥시장 분위기가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를 계기로 실적 기대감이 한 풀 꺾이면서 시장 전체의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리콜관련 추가 비용이 시장 이익 전망치에 반영, 3분기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 예상치는 리콜 사태 전보다 약 1.9% 가량 하락했다"며 "향후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데다 다른 기업들의 실적 상향 모멘텀이 둔화되면서 3분기 실적 하향조정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계감을 드러냈다.
향후 국내 증시의 흐름과 관련해선 이번주 미국 금리인상 여부와 미 대선 등이 변수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선 미국 금리인상 시기로 12월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어 이번 FOMC에선 금리동결 관측이 높다"며 "이번주까지는 시장이 나쁘게 흘러가지는 않겠지만 FOMC 결과에 따라 금리인상 이슈는 지속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뿐만 아니라 다음주부터는 미국 대선 후보들의 TV 토론회가 예정돼 있는 등 대선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한동안 시장내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