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하락 검토 중이지만 여의치 않아…체감할 수준될지도 의문"
[뉴스핌=함지현 기자] 우유의 원료가 되는 원유가격이 인하되자 업계 1위 서울우유가 일부 제품의 소비자가격을 내리면서 우윳값 도미노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유업체들은 난감한 상황에 속앓이 중이다. 이유는 뭘까.
소비자가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소비자들 사이에서 '우유가 남아돌면 가격을 내리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져 온 만큼, 우유가격 인하는 업체들도 적극 검토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할 정도로 가격을 내리기에는 여러가지 부담요인이 있다는 게 업계의 고민.
서울우유는 다음달 1일부터 '나100%우유' 5개 대표 품목의 납품가를 인하하기로 했다. 서울우유의 백색우유 중 약 60%를 차지하는 품목이다. 회사측은 대형마트 기준으로 권장소비자가격이 40원에서 최대 100원 인하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가격 인하는 원유가격 인하가 계기가 됐다. 지난 6월 원유가격조정협상위원회는 유가공업체들이 농가에서 사들이는 원유의 기본가격을 기존 리터(ℓ)당 940원에서 922원으로 18원 내리기로 했었다.
업계 1위가 나서서 가격을 내린만큼 다른 업체들도 우유 가격 인하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가격인하를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매일유업은 최근 저지방우유 3종에 대한 가격을 인하한 바 있지만 이는 원유가격 인하와 무관하게 저지방 우유의 소비 확대를 위한 방안이었다고 설명했다.
남양유업측도 "가격 인하 여부를 놓고 계속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가격 인하가 일부 제품에 국한돼 '생색내기용'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제품 가격 하락이 일부 품목에 국한된데다 인하된 가격 폭이 좁다고 판단된다"며 "소비자들이 봤을때 납득할 수준은 아닌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지난 7월 원유가격 인하에 따른 우유가격 인하를 촉구했었다.
유업체들은 난감한 표정이다. 우유 재고량이 넘쳐나고 있는데다 원유가격이 인하됐으면 우유 가격이 떨어져야 하는 게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지적을 수용할 수밖에 없지만, 여러 상황들에 비춰봤을때 쉬운 결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원유가격이 변동되지 않은 지난 3년 동안 원유품질향상, 포장재, 원자재, 공공요금 등 제조비용이 인상됐다는 점이 부담이다.
최대 100원을 인하한다면 인하폭이 큰편에 속하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 실질적인 체감으로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도 난감함을 더한다.
유업체들은 지난 2013년 낙농업계의 소득을 보전해주기 위한 원유가격연동제가 시행되면서 원유 가격이 834원에서 940원으로 106원 인상되자 우유 가격을 약 214원가량 인상한 바 있다. 여기에 비춰보면 원유가격 18원 하락에 따른 우유가격 인하가 최대 100원이라는 것은 인하폭이 큰편에 속한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그러나 지금도 판매 일선에서는 할인행사를 통해 정가보다 200~300원가량 저렴한 가격에 우유를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제조업체가 판매업체의 가격 책정에 직접 관여할 수 없는 만큼 제품가격을 인하하더라도 소비자의 실질적인 구매 비용을 낮추게 될지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백색우유를 통한 수익이 거의 없음에도 여러 가격 인상 요인을 배제한 채 우유가격을 동결해왔는데, 가격을 인하하면 장기적으로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의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인하를 고민 중이지만 실제 체감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