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생산 확대에 따라 엔진 등 생산라인 이전 필요성 대두...노조 반대 '극심'
[뉴스핌=이성웅 기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엔진 생산라인이 해외로 이전될 것이란 얘기가 또 다시 흘러나오고 있다. 현대차 해외 생산량이 국내 생산량을 앞지르는 만큼, 생산 효율성을 위한 사측의 검토사항 중 하나다.
이에 대해 올들어 24차례 파업한 현대차 노동조합은 국내 고용 및 경제를 생각해야 한다며 반박하고 있다. 올해 현대차 노조는 사상 최대의 파업으로 3조원에 달하는 생산 차질을 일으켰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 영업이익인 3조1000억원을 갉아먹은 셈이다.
현대차 노조 대외협력실 관계자는 5일 "사측이 지속적으로 울산공장 엔진라인의 해외 이전을 추진해왔다"며 "올해 공식화된 것은 없으나 예전부터 일부 라인을 외주화해야 하는 것은 아니냐는 움직임이 있어왔다"고 밝혔다.
현재 울산공장에서는 가솔린 엔진 5종, 디젤 엔진 5종 등 총 10종의 엔진을 생산 중이다. 연간 생산 가능한 엔진만 216만대에 달한다.
최근 현대차의 해외 생산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현대차는 전 세계에서 총 353만8592대의 차량을 생산했다. 이 중 국내 생산한 차량은 전체 38.1% 수준인 134만9768대였다. 올들어 같은 기간 국내 생산 비율은 33.9%로, 4.2%p 더 낮아진 상태다.
해외 생산 증가에 따라 현대차가 생산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해 엔진 생산라인 이전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생산된 엔진들 <사진=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캡쳐> |
현대차 생산성은 해외 현대차 공장과 비교하면 바닥을 기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대차 국내 공장의 HPV(차량 1대를 생산하는데 투입되는 근로시간)는 26.8시간으로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14.7시간의 두배에 가깝다. 국내 공장의 HPV는 인도(20.7시간), 터키(25시간) 공장에도 밀려 현대차 공장이 위치한 8개국 중 최하위다.
때문에 파업 등의 위험이 큰 울산공장에서 엔진을 216만대씩이나 생산하기보단 생산성 높은 해외로 돌리는 편이 인건비나 시간 등 비용을 낮출 수 있고, 국내 생산 엔진을 해외로 수출하는 물류비까지 절약할 수 있다는 게 자동차 업계 및 노동계의 중론이다.
현대차 측도 엔진의 해외생산 효율성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외 생산분이 늘어나는 데 국내에서 엔진을 반조립 수출하는 것보다 현지에서 생산하는 게 효율적"이라며 "현재 현대차 해외공장들은 소소하게 모두 엔진 공장을 갖춘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계획이 확정돼서 추진되지 않는 이상은 대외비라서 현재까지 어떤 종류의 엔진이, 어느 국가로 이전될지 등 구체적 내용은 전혀 알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현대차가 울산공장의 엔진라인을 이전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큰 산이 있다. 바로 노조와의 협상이다. 현대차와 노조가 채결한 단체협약 5장 42조 3항에는 '현대차가 해외에 공장을 설립하거나 엔진 라인을 이전하기 위해선 노사공동위원회의 심의·의결이 필요하'고 명시돼 있다.
현대차 노조 측은 "우리는 엔진 라인 이전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다"라며 "국내 고용이나 경제를 생각하면 국내 생산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반박 중이다"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