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비중 변화 이끌며 '고정고객' 장벽 허물어
[뉴스핌=전지현 기자] 최근 유통업계의 '충성고객' 공식이 깨지고 있다. 업체들이 경기불황에 고정고객만으론 수익창출이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신규고객 눈높이'에 맞춘 변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도는 신규고객을 유치하는데 성공하며, '탈(脫)고정고객'이라는 기존의 고객비중 변화까지 이끈 모습이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편의점, 홈쇼핑 등의 최근 매출비중이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는 최근 '성(姓)역'이 변하고 있다. 이마트 마켓분석팀의 지난 2014년부터 올 9월까지 상품별이용 성별분석에 따르면, 대표 남성상품인 자동차매장과 대표 여성상품인 화장품매장 이용고객 성별 비중증감이 반대로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용품의 경우 중심타깃인 남성 이용고객이 2014년 37%에서 34%로 3%P 낮아진 반면, 여성 고객은 3%p 높아졌다. 같은 기간 화장품은 남성고객 구매비중이 4%p 상승했다.
CJ오쇼핑은 '홈쇼핑=4050 여성층'이라는 공식을 넘어 ‘2030 젊은층’ 유입률이 늘고 있다. CJ오쇼핑의 9월 한달간 2030대 유입률은 전년동월 대비 약 7% 증가했다. 특히, 지난 4월 선보인 2030 타깃 프로그램 '오덕후의 밤'은 현재 이 연령층 분포율이 전체고객대비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편의점의 경우 '편의점 도시락=1인 가구 등 2030 젊은층'으로 여겨지던 도시락 판매가 '40대 이상 중장년층'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CU(씨유)의 최근 3년간 연령대별 도시락매출 동향에 따르면 40대 이상 중장년층 도시락 구매비중이 2014년 27.0%, 지난해 31.1%에 이어 올해 33.1%까지 증가했다. 특히, 40대 매출비중이 2014년 16.0%에서 올해 19.9%로 가장 높은 증가폭(3.9%p)을 보였고 50대 이상 역시 2014년대비 2.2%p 상승했다.
업계는 이 같은 유통업계 속 '고정고객층' 변화의 배경으로 신규고객 창출을 위한 기업별 '고객 눈높이 마케팅' 시도를 꼽고 있다.
실제 이마트는 '성역'을 넘어서는 매장구성으로 다양한 고객수요를 이끌어내는 중이다. 자동차 용품은 차량지식이 부족한 여성운전자가 증가한다는 점에 착안해, 지난해 상반기부터 설명을 덧붙였고 차량관리용 홈케어 용품을 집중적으로 매장에 비치했다. 그 결과, 이마트 자동차용품은 지난해 동기대비 3% 상승했고, 세차용품과 차량편의용품류는 최대 13% 증가했다. 올해(9월기준) 들어서는 세차용품과 차량교환용품 등이 지난해 동기대비 6% 올랐다.
이와 반대로 화장품은 쉐이빙용품 등 남성생활용품을 중심으로 매장에 비치하자 남성용 스킨케어 제품이 53% 고신장을 보였다. 성장잠재성이 높은 남성뷰티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린 결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화장품구매에 소극적이던 남성 고객이 지갑을 여는데 성공한 것. 이마트는 2014년 말부터 이들 남성 뷰티상품군을 ‘포맨’으로 묶고, 지난해 초부터는 대형점포를 중심으로 남성 뷰티매장을 별도로 운영중이다.
CJ오쇼핑은 지난해 9월부터 2030대 타깃층에 맞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TV홈쇼핑 최초로 SNS상에서 1개 상품을 1분안에 1명에서 2명 쇼호스트가 나와 상품 설명과 시연하는 방식을 시도했다. 2030층이 SNS에서 짧은 동영상을 많이 본다는 점에 착안해서다. 그 결과 500만명 페이스북 페이지뷰를 확보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 선보인 3대 브랜드(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운동화 특별대전에서는 CJ몰에서 동일한 구성으로 기획전을 진행했던 것에 비해 매출이 150% 이상 올았다. 또한 '1분 홈쇼핑'은 고객들이 동영상을 시청하고 판매 페이지로 넘어가는 유입률은 일반 온라인 동영상 광고에 대비해 약 2배 높게 나타나고 있다.
CU는 중년층 입맛에 맞춘 도시락으로 공략했다. '백종원 우삼겹정식’ 등 가성비를 극대화하면서도 내용에 충실하게 만들어 중장년층 취향을 고려한 결과 도시락 전체매출이 전년대비 무려 3배 뛰었다.
이같은 유통업계의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최훈학 이마트 마케팅 팀장은 “대형마트는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가능해 오프라인 매장 가운데 높은 접근성을 갖췄다는 장점이 있다”며”이를 바탕으로 소비의 중심에서 벗어난 비주류 고객들의 숨은 니즈를 반영한 매장을 마련,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갑선 CJ오쇼핑 콘텐츠기획팀 팀장은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SNS '1분홈쇼핑'과 같은 시도는 그 시대 문화를 반영한 고객과의 공감·소통에 목적이 있다"며 "CJ오쇼핑 '1분 홈쇼핑'을 통해 젊은 고객이 홈쇼핑을 재미있는 콘텐츠로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기불황 지속으로 기존고객만으로 수익창출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며 “신규 고객 창출을 위한 유통업체들의 혁신적인 다양한 시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