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 약해질 듯..이 총재, 지역 산업현장 누비며 자신감 피력
[뉴스핌=허정인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통화정책의 주도권이 정부에서 본래의 주인인 한국은행으로 넘어갈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추가 금리인하 보다 정부의 재정확대를 주장해왔다. 결국 당분간 금리인하 기대는 없어졌다는 얘기다.
이 총재는 최근 이례적으로 울산과 포항 등 산업 현장을 누비면서 실물경제를 살피는 '중앙은행 총재'의 모습을 연출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채권시장에서는 연내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대부분 소멸됐다. 뿐만 아니라 길게 봐서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금리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상당하다.
미국의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내년 상반기 중 한은이 한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이달 초만 해도 절반 이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최순실 파문 보도와 박 대통령의 사과 등이 나온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증권사 한 채권 딜러는 “최순실 파문으로 채권시장에선 더 이상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란 분위기가 확산되는 중”이라며 “레임덕이 아니라 정부 자체가 흔들리면서 더 이상 정부가 한은을 압박하는 모습을 찾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가 정국 주도권을 상실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통화정책의 본래 주체인 한은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채권시장에선 금리가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10월 한달 간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1.276%에서 1.418%까지 14.2bp 올랐다.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의 하락을 의미한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455%에서 1.669%까지 21.4bp 올랐다. 9월 한달 동안 각각 8.6bp, 12.6bp 내린 것과는 반대 흐름이다.
이주열 총재 취임 이후 총 다섯 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리는 과정에 정부의 압박이 있었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기준금리를 내릴 때마다 정부의 압박성 발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채권 브로커는 “그 동안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강하게 나간 부분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정권에 힘이 빠진 상태에서 인하 주문을 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임기 내까진 아니더라도 내년 초까지 인하 기대감은 거의 사라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역 산업현장을 방문한 이주열 총재의 발걸음도 눈길을 끈다. 이 총재는 지난 24~25일 울산과 포항을 방문해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총재는 26일 개최한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정부가 산업별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밑그림을 가지고 구조조정을 경제논리에 따라 일관성 있게 추진해나가야 한다”며 방문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구조조정의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정부는 오는 31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한다.
시장 참가자들은 총재의 행보에서 자신감을 읽는 모습이다. 한 증권사 채권딜러는 “매파 한은과 비둘기파 정부가 부딪혀왔는데 이제는 금리정책 결정권이 온전히 한은으로 넘어간 듯하다”면서 “유럽 발 테이퍼링 이슈 등으로 시작한 약세장이었는데 총재와 최순실로 옮아갔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