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 철강 수출시장 상실 리스크 커져
경쟁재 석탄價 상승에 석유화학은 경쟁력 회복
[뉴스핌=전민준 기자] 국내 철강‧석유화학업계에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가 사실상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철강업계는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을 상실할 위기가 커졌다. 반면 석유화학업계는 석탄 가격 상승으로 석탄화학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돼 국내기업들에 반사이익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새다.
9일 철강 및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최근 반덤핑 대응 전담팀을 새롭게 꾸리거나 인력을 보강하는 등의 움직임에 들어갔다. 트럼프 당선에 따른 보호무역 태풍에 대비해서인데, 철저히 대응하지 않는다면 연간 400만t, 금액으로 치면 37억달러(한화 4조2000억원)에 달하는 최대시장을 상실할 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현대제철> |
실제 미국은 올해도 국내 철강기업들의 최대수출국으로 면모를 유지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9월까지 국내 철강사들은 약 300만t, 약 23억달러(한화 2조6500억원)에 달하는 강재를 미국에 수출했다. 전체 철강제품 수출량의 약 15%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중 주요 철강제품인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도금강판이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지난 7월 미국 상무부는 현대제철 도금제품에 48%, 이어 8월에는 포스코 열연·냉연 제품에 대해 각각 61%, 64.7%의 반덤핑·상계관세를 최종 확정한 바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후판이나 봉형강 등 다른 품목까지 확대됨은 물론 기존 제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이 전망된다"며 "미국은 향후 5년 동안 2750억 달러의 공공인프라 투자로 건설경기 호황이 기대돼 미국 내 철강 수요가 증가할 것이지만, 그 특혜는 미국기업 위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철강사들이 정부나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활용하는 사례도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포스코는 열연강판에 대해 관세폭탄을 맞은 뒤 WTO제소를 검토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이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협회 차원에서 기업들과 공동 대응을 검토 중"이라며 "과거 한 차례 시도한 뒤 무산된 경험이 있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전했다.
대미 수출 비중이 5%로 미국 보호무역주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석유화학업계는 트럼프 당선을 반기는 분위기다.석유화학 제품과 대척점에 위치한 석탄화학 제품 가격이 본격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선, 지구온난화의 책임이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에 있다는 미국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한 트럼프를 위축된 석탄 소비를 다시 정상궤도에 올려놓을 지도자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곧 석탄가격 상승을 예고하는 것이다.
실제 2008년부터 미국의 민주당 정권 아래에서 위축된 석탄의 소비가 석탄 가격을 t당 200달러에서 50달러까지 하락하게 만들었고 정부의 규제로 저렴해진 석탄을 중국 등 일부 국가가 화학제품을 생산하는데 사용하면서 석유화학 제품과 나프타 등의 가격 하락을 견인했다.
트럼프 당선은 석탄 가격 상승을 견인하면서 석유화학업계의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지구온난화 등의 환경 이슈로 위축됐던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전민준 기자(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