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은 '대한민국 정부' 아닌 '대한민국' 수립
[뉴스핌=김선엽 기자] 교육부가 25일 저녁 국정 역사교과서의 편찬기준을 전격 공개했다.
앞서 편찬기준은 교과서의 서술 기준과 원칙을 담는 '가이드라인'으로, 원래 집필 착수 단계에서 공개돼야 하지만, 현 정부는 46명의 집필진 면면과 함께 일체 비밀에 부쳐왔다.
이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개 요구가 잇따르자 교육부가 이날 전격 공개했다. 전날 서울행정법원이 편찬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건 위법하다고 판결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교육부는 이날 공개한 '2015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역사과 교과용 도서 편찬기준(안)' 총론에서 "역사적 사실을 오류 없이 서술할 수 있도록 학계의 최신 학설을 충실히 소개해야 하며, 편향성을 지양하도록 서술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가장 논란이 컸던 '대한민국 수립' 시점의 경우 뉴라이트에서 주장했던 '건국절' 개념을 수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고교 한국사 편찬기준을 보면 '성취기준'과 관련해 "대한민국 수립과 6·25 전쟁의 전개 과정을 파악한다"로 제시했다. 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성취기준'도 "8·15 광복 이후 전개된 대한민국의 수립 과정을 파악하고"로 나와 있다.
또 편찬 유의점에서 “대한민국 수립을 전후하여 제주 4․3 사건이 발생하였음에 유의한다”고 서술했다.
그 동안 진보 진영과 역사학계에서는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시정부가 설립된 1919년에 이미 대한민국이 수립됐으므로 1948년은 '정부 수립'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기준은 뉴라이트가 주장한대로 '대한민국 수립일'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계속 논란이 될 전망이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는 헌법과 배치된다는 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역사교과서와 관련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학선 사진기자> |
편찬기준은 또한 "역대 정부를 서술할 경우에는 집필자의 주관적 평가를 배제하고 그 공과를 균형 있게 다루도록 유의하며 현 정부에 대한 서술은 국정지표 제시 수준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 5.16을 '군사 정변'으로 표현하는 한편, 새마을운동에 대해서는 "농촌 근대화의 일환으로 추진되었고 이 운동이 최근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음에 유의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주화 운동은 경제·사회 발전과정에서 국민들 자각으로부터 비롯됐음을 유의한다"고 했고, "민주화 과정은 권위주의 정권의 장기 집권에 따른 독재화로 시련을 겪기도 했으나 이를 극복하고 평화적 정권 교체를 정착시키는 밑거름이 됐음을 유의한다"고 서술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3대 세습 체제를 비판하고 핵 문제, 인권 문제, 북한 이탈주민 문제를 최근 북한 동향의 심각성을 서술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등을 북한의 군사 도발과 그에 따른 피해상을 기술하라고 제시했다.
정부는 오는 28일 이 같은 편찬기준을 토대로 만든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한다. 이날 비밀로 붙어졌던 집필진 명단도 함께 공개한다.
현장검토본은 다음 달 23일까지 약 한 달간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내년 3월 학교 현장에 보급된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