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경영 변화
승진 및 보직 이동 등 직원 인사 후 임원 인사 검토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직원 인사 완료…현대위아 등 계열사 27~28일 예정
[뉴스핌=김기락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임원 인사를 연기하는 것과 동시에 부장급 이하 직원에 대한 인사를 단행,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직원 인사가 승진 및 보직 이동인 만큼, 임원 인사와 별도로 해도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경영 변화로 해석하고 있다.
2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전일 부장급 이하 직원 인사를 시행했다. 그동안 임원 인사 직후 시행해온 직원 인사를 이례적으로 먼저한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비롯해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주요 계열사의 직원 인사가 완료됐으며 27~28일 현대위아 등 직원 인사가 시행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직원 인사는 승진 및 보직 이동 등의 성격으로, 임원 인사와 성격이 많이 다르다”며 “12월 말 예정된 임원 인사는 내년 1월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연말 임원 인사를 이듬해로 넘긴 것은 지난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수사 이후 10년 만이다.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사진=현대기아차> |
현대차그룹은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된 상황이다. 최 씨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르재단에 85억원, K스포츠재단에 43억원 등 128억원을 출연했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그룹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또 최 씨가 소유한 광고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의혹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달 초 열린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광고 몰아주기 관련,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이 있으나 회사 규모가 워낙 크고, 80%가 해외 판매, 20% 국내 판매다”며 “광고 내용은 중간에서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판매 부진도 임원 인사를 늦추는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 올들어 11월까지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외 판매대수는 총 706만대다. 현대차는 436만대, 기아차는 270만대를 각각 팔았다. 올해 판매 목표인 813만대를 달성하기 위해선 107만대를 팔아야 하는데, 그룹 안팎에서는 813만대는 커녕, 800만대 달성도 어렵다고 보고 있다.
앞서 현대차는 실적 부진을 이유로 중국법인장과 국내 판매본부장을 교체하는 수시 인사를 단행했다. 최근에는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의 데이브 주코브스키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하자, 현대차그룹은 제리 플래너리 수석부사장을 CEO 직무 대행으로 발령했다. 또 지난 10월부터는 그룹내 전체 임원이 급여 10%를 자진 삭감하는 등 위기 경영에 돌입했다. 이번에 급여를 삭감한 임원은 약 1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복합적인 악재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임원 인사가 늦어지더라도 보다 신중하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계열사를 포함, 368명에 대한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이는 2015년 433명 대비 15% 줄어든 수치다. 특히 465명의 인사를 단행한 2012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때문에 내년 임원 인사는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울 것이란 관측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에 정통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임원 중 감원 대상자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최순실 사태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검이 수사 범위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강도를 높이는 등 (기업 입장에서) 경영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최 씨는 국정농단과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혐의 등에 대해 모두 부인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