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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틀을 바꾸자] "실리콘밸리은행처럼 업그레이드"

기사입력 : 2017년01월04일 16:32

최종수정 : 2017년01월04일 16:32

신성환 금융연구원장 "천편일률 상업은행 모델, 경쟁력 없어"

[뉴스핌=김연순 기자] "혁신기업에 대한 대출이 주요 비즈니스모델인 실리콘밸리은행은 자기자본이익율(ROE)이 15%에 달합니다. 이에 반해 상업은행 비즈니스 모델을 고수하는 국내은행은 6% 수준에 불과합니다. 금융환경의 차이는 있지만 실리콘밸리은행처럼 완전히 차별화된 은행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은행이 생겨나면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겁니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은 지난해 11월 진행된 '제4차 산업혁명과 금융의 미래' 세미나에서 소개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Silicon Valley Bank)을 주목했다.

실리콘밸리은행의 비즈니스 모델은 혁신기업에 대한 대출이나 지분 투자다. 7000여개 핀테크 업체를 분석하고 추적하면서 대출은 물론 필요에 따라서는 해당 업체의 주식을 사고 인수하는 식이다.이는 투자은행과 차별화한 실리콘밸리식 '현장 밀착형' '기업 공존형' 금융으로 불린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이 뉴스핌과의 신년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신성환 원장은 뉴스핌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실리콘밸리은행은) 핀테크 기술력을 바탕으로 위험과 비용을 굉장히 낮게 유지, 운영하고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불확실성과 위험이 높은 혁신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간다는 것이 상당히 놀랍다"고 말했다.

업력이 25년 된 실리콘밸리은행은 자기자본 8조~9조원, 자산은 70조~80조원 수준이다. 이익률이나 수익성이 통상적인 상업은행에 비해 대단히 높다. 수익성으로 국내 1등인 신한은행보다 업력도 짧고 자산규모도 작지만 차별화된 비즈니스모델을 통해 금융생태계를 바꾸고 있다.

신 원장은 수익의 대부분을 대출에만 의존하는 국내은행을 지적했다. 국내 은행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대부분 비슷한데, 천편일률인 비즈니스 모델이 경쟁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내은행의 이익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활로를 찾아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도 실리콘밸리은행 같은 은행의 출연이 요구된다"면서 "은행을 포함한 금융산업이 여러 기술을 받아들이고 정보를 효과적으로 사용해서 필요한 곳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원장은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과 혁신을 가로막은 장애물로 '진입장벽'을 꼽았다. 그는 " 지나치게 기존 플레이어에 의존하면 변화나 혁신이 미흡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금까지는 금융산업이 복잡하고 어려운 쪽으로 진화했지만, 이젠 빠르고 편리한 금융서비스가 제공할 수 있는 체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금융의 핵심 3가지 키워드로 ▲모바일(Mobile) ▲적은 비용(Low Cost) ▲ 소비자중심을 꼽았다.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금융, 적은 비용으로 세분화할 수 있는 서비스로의 분업화(아웃소싱), 공급자(금융회사) 중심이 아닌 소비자(개인, 기업) 중심으로의 금융서비스 이동을 의미한다.

신 원장은 "기술 발전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금융회사가 선제적인 파악과 분석을 하고 소비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전달하는 형태로 금융산업이 진화하지 않겠느냐"며 "이것이 결국 기술과 금융이 결합된 미래금융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이 뉴스핌과의 신년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신 원장은 우리나라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금융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일본 대기업의 군살빼기'를 화두로 던졌다.

20년 동안 어려움을 겪은 일본은 최근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군살빼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일본 금융당국과 투자자들이 수익성에 맞춰 경영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

예를 들어 쓸데없이 자회사 지분을 보유하는 것에 대해 해명을 하게 하거나, ROE가 몇 년 이상 몇 % 이하일 경우 경영진을 교체하는 쪽으로 투자자 의사표명을 하도록 요구하는 식이다.

신 원장은 "경영진을 압박하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일본 대기업들이 불필요한 자회사나 설비에 대해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면서 "결국 우리나라 성장잠재력을 키우기 위해선 기업들이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데, 기업들이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들이 유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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