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구하기 힘든 가운데 투자자금 넘쳐흘러"
"매도자 시장(seller's market) 지속될 것"
[뉴스핌=이영기 기자] 최근 리조트 등 부동산 뿐만 아니라 기업매각에 있어서도 신속경매(express auction)가 유행하고 있어 흥미롭다.
수십억달러 물건을 72시간내 사고 파는 이 신속경매가 가능한 이유는 투자대상은 품귀현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저금리로 펀딩이 잘되는 사모펀드들은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이에 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18.3억달러 짜리 파크딘 리조트(Parkdean Resorts)가 불과 72시간도 걸리지 않는 신속경매(express auction)에서 팔렸다고 보도했다.
이 경매방식은 미국에서 톰슨로이터(Thomson Reuter)가 지적재산-과학 영업부문을 오넥스( Onex)에 매각할 때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톰슨로이터는 사모펀드들이 참여하면 수개월이 걸릴 딜을 72시간(3일)내에 매수가격 제시에서 최종 계약 체결까지 요구해 성공했다.
◆ 넘치는 투자자금에 귀한 매물...사모펀드 맥 못추는 매도자 시장
자산가치가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수준으로 올라가면서 투자대상이 품귀현상을 겪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쌓인 현금을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처지에 몰려 신속경매는 최고 인기다.
파크딘 리조트 뿐 아니라 오아시스(Oasis dental care)와 SLV조명(SLV Lighting) 등도 72시간내에 팔려나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이 72시간내에 결판나는 경매는 저금리로 자금조달이 용이한데다 국부펀드와 고액개인자산가까지 사모펀드의 투자영역으로 밀고 들어오면서 가능해졌다.
또 금융위기 직전 자산버블일 때 연간수익의 11배까지 올랐던 자산가격이 지금 다시 거의 10배 수준에서 거래가 된지 2년째이라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
사모펀드 관련 데이타 제공업체인 프리킨(Preqin)에 따르면, 유럽에서만 1880억달러, 아시아와 미국에서 각각 1200억달러와 4980억달러 등 거의 1조달러 규모의 현금이 사모펀드에 쌓여있다.
런던 비즈니스스쿨(LBS)의 플로린 배스바리(Florin Vasvari) 교수는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2011과 2012년에 조달한 자금을 현금을 들고 있어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조달비용이 낮아지면서 가용 투자자금이 더 커져 투자대상을 찾는데 절박하다"고 설명했다.
즉시 투자할 수 있는 현금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인 가운데 사모펀드에 투자하던 연기금도 직접 투자에 나서 사모펀드들은 더욱 궁지에 몰리는 형국으로 평가된다.
사모펀드 호건 로벨스(Hogan Lovells) 대표 톰 웰런(Tom Whelan)은 "즉시 투자할 수 있는 현금(dry powder)가 사상최대 수준이고 연기금 등도 독자 투자에 나서 사모펀드의 입지가 좁아지고 더불어 매도자시장(seller's market)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출처 : FT, 최근 13.5억 파운드에 팔린 영국 파크딘(Parkdean Resorts)> |
◆ '싫으면 말고'...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신속경매에 응해야
품귀현상을 보이는 물건에 주체할 수 없는 자금이 몰려들자 매도자(seller)측에서는 원매자에게 최단기간내의 자산실사는 물론 소위 '지옥같은 조건'이라는 계약조건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싫으면 언제든지 다른 투자자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협상우위권을 매도자가 확보한 것이다.
따라서 매수(인수)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규제문제나 추가비용을 모두 매수자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감수할 수 밖에 없다.
보다 상세하게 들여다보기 위해서 수개월 전부터 잠재 매물에 접근해야하고 이 과정에서 가격은 더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심지어 경매가 시행되기 전에 웃돈을 지급하고 선취하는 경우도 허다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수자에게 울며겨자식으로 조건을 안길 수 있는 환경이 지속되면서 72시간짜리 신속경매는 더욱 더 짧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라담앤왓킨스(Latham & Watkins) 사모펀드 공동대표 데이비드 워커(David Walker)는 "매도자는 수많은 인수희망자를 확보하고 있고 인수경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심화돼 경매 이전에 물건이 팔려버릴 수 있다"면서 "날이 갈수록 경매절차가 짧아지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