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주식수 줄면 패시브 상품 내 비중도 줄어
그래도 계속 자사주매입 "배당보다 세금 절약"
[뉴스핌=이영기 기자] 금융 위기 이후 미국 대기업들이 대규모로 자사주를 취득했지만 실제 주가는 그만큼 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상장지수펀드(EFT)등과 같은 패시브 전략 투자가 확산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지난 2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S&P500 자사주매입 지수는 96% 상승한 반면 S&P지수는 73%밖에 오르지 않았다. 이 차이를 연율로 환산하면 2.8%다.
S&P500 기업들은 지난 5년간의 시가총액의 10% 규모인 2조달러 규모가 투입됐는데도 성과는 그 액수에 못 미친 것이다.
◆ 최근 5년 자사주 매입 2조달러 넘지만 주가 부양은 제한적
그럼에도 미국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을 지속하고 있다. 앱솔루트 스트래트지 리서치(Absolute Strategy Research)에 따르면, 지난해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 규모는 애플이 약 340억달러로 단연 수위이고, GE와 마이크로소프트, 길리어드가 각각 180억달러, 160억달러, 130억달러이고 AIG와 맥도날드도 120억달러와 100억달러 수준이다.
이 같은 자사주 매입을 두고 기업들이 장기 성장보다는 단기 주가에만 신경을 쓴다고 미국의 전직 부통령 바이든이나 블랙록 창업자 래리 핀크 등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자사주 매입이 미국 증시를 지지해 온 것도 사실이다. 골드만삭스의 미국 주식담당 수석전략가 데이비드 코스틴(David Kostin)의 계산이 설득력을 가진다.
코스틴은 "미국 연기금과 외국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치울 때 증시를 떠받치는 유일한 기둥이 자사주 매입"이라며 "지난해 미국 연기금과 외국투자자가 각각 1480억달러와 1270억달러어치를 매도할 때 자사주 매입이 6440억달러로 시장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 패시브 투자로 효과 반감..."그래도 자사주 매입 지속"
자사주 매입과 관련해서 그 규모 만큼의 주가 부양 효과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단연 첫번째 이슈다.
앱솔루트 스트래트지 리서치의 수석전략가 찰스 카라(Charles Cara)는 "가장 일반적이고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을 시행하는 기업들 조차도 그 주가가 자사주 매입만큼 오르지 않았다"며 "이례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선 워런 버핏은 최근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에게 보낸 서신에서 이에 대한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자산주 매입은 자기 회사가 평가하는 내재적 가치보다 주가가 낮을 때 효력이 있다"면서 "어떤 경우는 주가를 끌어올리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카라 수석은 좀 다른 해석을 내놨다. ETF와 같은 패시브투자자들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패시브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른다고 해당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지는 않는다.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가치도 그 많큼 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의 경우 주식수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패시브 투자자들은 주식 비중을 조정하게 되는데, 이때 해당 주식을 팔고 다른 주식을 사들이게 된다. 자사주로 매입하는 물량 효과의 일부를 패시브 투자자들이 반감시키는 것이다.
카라는 "비록 자사주 매입이 전체 증시를 지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별종목으로 보면 패시브투자자들 때문에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초 S&P500 기업의 올해 자사주 매입규모를 7800억달러에서 800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자산운용사 프린스펄 글로벌 인베스터스(Principal Global Investors)의 짐 맥코간(Jim McCaughan)은 "주가가 그만큼 올라가지 않더라도 자사주 매입은 주주에게 현금배당하는 것보다 세금을 절약하는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