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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노트] 삼성의 대변화...이러다 성장판 닫힐라

기사입력 : 2017년03월03일 15:52

최종수정 : 2017년03월03일 15:52

기업이 활력 찾지 못하면 경제 성장판 닫히는 것은 시간 문제

[뉴스핌=이강혁 기자] 한 임원의 업무용 책상 옆 회의테이블. 펼쳐보지도 않은 조간신문 한 뭉치가 그대로다. 업무용 책상 위에는 꺼진 노트북과 모니터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다른 임원 자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사무실 안을 오가는 직원은 대부분 아무 말이 없다. 한 켠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직원들도 쓴웃음이 베어 난다. 의자에 앉아 고개를 뒤로 젖히고 천장을 바라보던 한 직원은 긴 한숨을 내쉰다.

평소 쉴 틈 없이 울려대던 임직원의 갤럭시 스마트폰은 오늘 유난히 조용하다.

3일 오전 삼성 서초사옥 미래전략실 풍경이다.

지난달 28일 완전한 해체를 선언한 삼성 미래전략실은 이날까지 잔무를 처리하고 개인 짐을 싸는 것으로 58년의 역사를 마감한다. 이미 그룹 공통의 사업전략이나 인사지침, 경영진단, 사내외 홍보 등 핵심 업무는 지난 1일부로 마감된 상태다.

삼성을 아예 떠나는 임직원은 집으로 돌아가고, 남아있는 임직원은 오후면 각 계열사로 재배치가 확정된다.

미래전략실은 거함 삼성호의 관제탑(컨트롤타워) 역할로 365일 밤낮없이 분주히 움직이던 곳이다. 각 사에서 모인 최고의 엘리트 임직원 250여명이 오전 6시면 출근해 밤 늦도록 눈 코 뜰새 없이 업무를 봐 왔다. '5시간 이상 잠을 자면 사치'라는 말이 이곳의 불문율이다.

삼성 내에서 연중무휴로 이렇게 매일, 매시간 긴박하게 돌아가는 조직은 이제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곳 임직원과 미래전략실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발길을 돌렸다. 사무실을 나서며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서초사옥 임직임의 표정이 왠지 더 착잡하게 느껴진다. 기분 탓인지. 마치 거함 삼성호의 엔진출력이 그만큼 동력을 잃은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삼성은 이제 '그룹'의 시대를 마감하고 각 계열사의 '자율경영' 시대를 시작한다. 삼성의 대변화다. 그러나 등떠밀리듯 경영쇄신이란 이름으로 단행된 컨트롤타워 붕괴가 어떤 후폭풍을 불러올지 가늠하기 어렵다.

당장 국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크지만 각 사 대표이사와 이사회 중심의 자율경영은 그 정착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삼성 내 합리적이고 역량있는 전문경영인은 많지만, 창업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오너경영의 리더십과 가치, 철학을 온전히 대체하기란 쉽지 않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신화를 만든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는 당분간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 속에서 삼성이 경쟁력을 유지하며 발빠른 대처를 할 수 있을지 우려가 있다"고 했다.

서민경제에 닥쳐올 후푹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단적으로 그룹 공채 폐지로 채용규모 축소는 불가피하다. 취업준비생들의 시름이 깊다. 특히 자영업자 지원, 청년 일자리 창출 등 한국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정책성 지원은 대부분 축소, 내지는 폐지된다.

모두 그룹의 이름으로 진행되던 것으로, 업무가 종료됐으니 당연한 결과다. 앞으로는 계열사 단위로 진행한다지만, 예전만큼의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삼성전자는 10억원 이상의 외부 후원금 모두를 철저하고 깐깐하게 검증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돈을 줘도 패고 안줘도 패냐'는 재계의 호소에도, 반기업 정서는 식을 줄 모른다. 삼성의 미래전략실 해체 등 쇄신안 발표에도 반삼성 기류 또한 여전하다. 이날에도 삼성 서초사옥 주변에는 시위대의 확성기가 크게 울려 퍼졌다.

탄핵 정국 속에서 정치권의 기업 옥죄기는 강도를 높여간다. 급하게 추진한 법안이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지 의문만 커지지만, 정치권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논의 중인 상법 계정안은 여전히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과도한 엄벌주의와 민법·헌법의 위배 논란을 불러오던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한 법률 개정안은 최근 잇따라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과잉 규제가 난무하면 기업의 활력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는 근래들어 가장 큰 어려움에 봉착한 상태다. 정치적 위험과 지정학적 위험만으로도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나열하기 부담스러울 만큼 많다. 여기에 소비는 갈수록 둔화되고, 실업 대란은 해결책이 난망이다. 기업의 활력이 떨어지고 투자마저 위축되면 한국 경제의 신음은 얼마나 더 깊어질지 걱정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사드배치를 문제삼는 중국의 한국과 한국기업 때리기는 도를 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뛰어야할 여러 기업의 총수는 특검이 종료된 이후에도 여전히 출국 금지 상태다. 이런 가운데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 성장판의 조기 폐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저성장에 빠진데다, 경제의 역동성과 방향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활력을 찾지 못하면 경제 성장판이 닫히는 것은 어쩌면 시간 문제일 수 있다.

이날, 잔무마저 끝내면 완전히 문을 닫는 삼성의 컨트롤타워. "이제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어느 삼성 관계자의 말이 이곳을 나서며 떠올랐다. 삼성과 한국 경제의 성장판을 걱정한 것은 기우였을까.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 재계팀장 (ik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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