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부인 vs 불필요한 오해제거, 해석분분
朴, 파면 11일만 21일 피의자 신분 검찰출석
[뉴스핌=이보람 기자] 21일 검찰에 출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간단한 메시지만을 남긴 채 조사실로 들어갔다. 전부 29자다.
그동안 자신의 모든 혐의를 부인한 만큼 검찰 조사에서도 이를 고수하겠다는 것인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겠다는 취지인지 해석이 많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이어 '검찰 조사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냐', '이 자리에 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냐' 등 기자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전날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들은 과거 검찰에 소환된 전직 대통령처럼 대국민 사과나 국민 통합의 메시지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더욱이 파면 후 첫 육성이어서 궁금증은 더했다.
하지만 그가 포토라인에서 발언한 시간은 8초 남짓이었다. 그것도 애매했다.
이를 두고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도 자신의 직권남용이나 뇌물수수 등 혐의를 부인하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포토라인에 선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특히 박 전 대통령의 사과 메시지에는 '무엇'이 빠져 있다. 송구스럽다고 했지만 왜, 무엇인지는 빠졌다.
그런가 하면 해석의 여지를 남기지 않겠다는 의도로도 분석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린데다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 무슨 말을 하든 정치적 해석을 낳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무고하다는 입장을 내놓을 경우 여론의 역풍이 우려되고, 검찰 조사를 앞두고 혐의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4일 두번째 대국민 담화에서 "이번 최순실 씨 관련 사건으로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 같은 달 29일 3차 담화에서도 "저의 불찰로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깊이 사죄드린다"고 언급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오늘 짙은 남색의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외투를 입었다. 하의는 외투보다 약간 옅은 남색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1월 23일 설 연휴를 앞두고 국립현충원을 찾아 성묘할 때, 12일 삼성동 사저로 돌아올 때도 이 색상의 코트를 입은 바 있다.
'박근혜 표 전투복 패션'이란 분석이 조심스레 나오는 이유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