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중국풍으로 운영, 비품 조식도 유커 취향으로
[뉴스핌=홍성현 기자] 환영인사는 ‘니하오(你好)’, 방 한 켠에 비치된 자스민차, 조식으로는 죽과 볶음면.
미국 현지 호텔들이 중국인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날로 증가하는 ‘황금고객’ 유커(游客 중국인 관광객)를 잡기 위해 기존의 일관된 서비스 방식을 전환하고 있다. 관광업계에서는 오는 2021년, 중국이 영국과 일본을 제치고 미국 최대 관광객 파견국이 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미국 뉴욕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중국인 관광객 <사진=바이두(百度)> |
◆ 美 호텔 유커잡으려 ‘중국형 서비스’ 공세
최근 미국 여행을 택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남에 따라 미국 각 도시 관광협회에서는 호텔과 레스토랑, 여행사에 중국어 서비스를 포함, 중국인 관광객 생활 습관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 도입을 권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표단을 중국 대도시에 파견해 ‘미국 관광’을 권하고, 중국 사무소를 설립해 중국 당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기도 한다.
미국 관광업계 관계자는 중국 신화망(新華網)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다른 문화권 관광객을 고려한 서비스 제공 면에서 기타 인기 관광국(觀光國) 보다 뒤처진 편”이라며, “모든 고객을 한가지 방식으로 응대하는 것은 사실 고객을 맞이하는 올바른 자세가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미국 AP통신은 뉴욕, LA 같은 주요 관광지에 이어 보스턴, 라스베가스, 시애틀, 워싱턴 D.C 등 도시들도 중국 관광객을 모시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인터컨티넨탈, 힐튼, 스타우드, 메리어트 등 미국의 많은 고급호텔들도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중국식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2년 전부터 은련카드(중국 최대 신용카드사) 결제, 중국어 텔레비전 채널 방송, 프론트 중국어 서비스, 24시간 중국어 전화, 객실 내 중국차(茶) 비치 등 유커 맞춤형 서비스를 시작했다.
힐튼 호텔도 같은 시기 ‘니하오(你好)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차를 자주 마시는 중국인들을 고려해 호텔 객실에 자스민차와 전기포트를 비치하고, 조식 메뉴에 죽과 볶음면, 볶음밥, 딤섬 등을 추가했다. 젓가락과 중국식 국숟가락, 간장 등 조미료를 담을 수 있는 작은 접시를 제공하는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카지노의 도시’ 라스베가스, 카이사르 엔터테인먼트(Caesars Entertainment) 그룹은 중국의 문화와 예절을 직원들에게 교육하고 있다. 이 그룹 산하 리조트에서는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위챗 예약 및 결제 서비스를 실시했다.
이밖에 미국 보스턴 쉐라톤 호텔, 워싱턴 조지타운 포시즌 호텔 등도 중국인 관광객의 입맛과 취향에 맞는 객실 및 레스토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LA의 중국인 관광객 <사진=바이두(百度)> |
◆ 유커 발길 잦아지고 씀씀이도 펑펑
미국 관광협회 자료에 따르면, 미국 방문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 2011년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선 후, 2015년 267만명(연인원)까지 늘었다. 오는 2021년에는 600만명을 돌파, 중국이 영국과 일본을 제치고 미국 최대 관광객 파견국에 올라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2025년 미국 방문 중국인 관광객 수가 1700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는 업계 의견도 있다.
한편 중국 신화망은 업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과거 쇼핑에 주로 돈을 쓰고 숙박(호텔)에는 비용을 절약하던 중국인들이 이제 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갑이 두둑해진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제는 먹고, 놀고, 자는 것에 충분한 돈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 미국에 오는 유커들은 첫 미국 방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신선한 체험을 희망하면서도 휴식공간으로는 집과 같이 편안한 곳을 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중국 관광객들의 미국여행 소비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2008년 미국에 온 유커의 1인당 소비액은 2600달러(290만원)에 못 미쳤지만, 2012년에는 6000달러에 육박할 만큼 소비 규모가 급증했다. 미국 관광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인 관광객은 미국에서 평균 7200달러(804만원)를 쓰고 있으며, 다른 나라 관광객보다도 씀씀이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미국행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남에 따라 뉴욕, 보스턴, 시애틀 등 미국 주요도시와 중국의 도시를 바로 연결하는 직항노선이 신설되거나 증편되는 추세다. 미국 현지 관광업계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 집권 후 중미 간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국 관광업계가 중국 유커를 맞이하는 태도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홍성현 기자 (hyun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