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릴과 오션리그 발주 미수금만 2조6000억..."시간 여유 있다"
[뉴스핌=방글 기자] 글로벌 시추선(석유를 시추하는 선박)사 시드릴과 오션리그의 파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조선사들이 또다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대우조선해양에 2조9000억원의 혈세를 추가 투입하기로 한지 2주만의 일이다. 하지만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은 "예상했던 상황이라 당장 유동성 위기는 없다"는 입장이다.
6일 외신 등 글로벌 조선업계에 따르면 시드릴은 100억달러가 넘는 채무 조정 난항으로 파산 위기에 처했다.
시드릴 국내 조선사에 발주한 시추선은 총 4척이다. 삼성중공업이 2척, 대우조선이 2척을 수주했다. 시드릴과 오션리그가 파산할 경우,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이 23억달러(약 2조6000억원)을 수령할 수 없게 된다.
삼성중공업은 드릴십 2기에 대해 이미 건조를 이미 건조를 마쳤지만, 지난달 말 시드릴로부터 인도 연기를 통보 받았다. 지난 2015년 한 차례 연기한 이후 두 번째다. 계약금 10억달러(약 1조1200억원) 중 30%에 해당되는 선수금을 제외한 7억달러(7840억원)를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대우조선은 2018년과 2019년 인도를 약속한 시추선 2척을 건조 중이다. 인도비용의 20%에 해당하는 2억2000만달러(약 2500억원)밖에 받지 못했지만 건조는 80%가량 완료됐다. 계약금 11억달러(약1조2400억원) 중 8억8000만달러(약 9900억원)가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머스크드릴링사의 대형 잭업리그(시추설비)의 잭킹시운전(Jacking Test) 장면. <사진=대우조선해양> |
업친 데 덮친 격. 오션리그도 지난달 뉴욕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오션리그는 삼성중공업에 총 3척의 시추선을 요청해둔 상태다. 1척은 설계 중이고, 2척은 선수금 40%를 받고 건조 중에 있다. 설계중인 선박에 대해서는 선수금으로 10%, 건조 중인 선박에 대해서는 선수금으로 40%를 받은 상태다.
때문에 글로벌 시추선사 파산 등 악화된 외부환경이 우리 정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우조선에 2조9000억원 추가 투입을 결정한 상황이지만 또다시 위기설이 나돌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등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 “인도 시기 아직 많이 남아 있다”며 “돈 들어올 시기가 내년, 후년인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당장의 유동성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80% 건조를 마친 만큼 완성해서 되파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중공업 역시 “선주 상황 안 좋은 것 알고 미리 대비해뒀다”며 “시드릴이나 오션리그에서 돈을 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올해 말에 2조원이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선업계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따갑다.
김영훈 경남대학교 조선해양IT학과 교수는 “인도대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조선사 유동성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며 “건조가 진행된 상황인만큼, 이미 투자된 금액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조를 완료한 뒤 시장에 되파는 상황에 대해서도 “내년에 해양플랜트 시장이 괜찮아질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방글 기자 (bsmil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