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숙 생산팀장, 점 하나까지 잡아내 등급 판정
홍삼 신뢰도 좌우 외길인생..시진핑 주석도 각인
[뉴스핌=전지현 기자] 2014년 7월. 4박5일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귀국 비행기에 오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여행가방엔 홍삼이 담겨 있었다. KGC인삼공사 홍삼 브랜드인 정관장 천삼(天蔘)이다. '하늘이 내린 삼'이란 뜻의 천삼은 정관장 뿌리삼 중 상위 0.5%의 최상품이자, 연간 생산되는 홍삼 중 단 0.0001%에만 매겨지는 칭호다.
이 영예를 부여한 것은 31년째 홍삼의 등급을 판별해온 윤상숙(51·여) KGC인삼공사 고려인삼창 부여공장 홍삼부 생산팀장이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고국으로 가져간 천삼 포장지 겉면에도 '검사자 윤상숙'이라는 여섯 글자가 선명히 찍혀 있다. 윤 팀장을 충남 부여의 고려인삼창 공장에서 만나 31년 홍삼 노하우를 들어봤다.
◆ 31년 내공으로 '하늘이 내린 삼' 판별
"이건 내부에 공기가 2mm 이상 들었어요. 등급외 판정이죠. 천삼은 홍삼 모양 그대로 제품이 생산되기 때문에 육안으로 내부 상태까지 파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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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숙 KGC인삼공사 고려인삼창 부여공장 홍삼부 생산팀장. <사진=전지현 기자> |
윤 팀장은 딱딱한 표면에 가루를 뿌린 듯 흰색 세로줄 무늬를 띤 홍삼을 들어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눈으론 이 삼, 저 삼 똑같다. 가격이 싼 등급이라는 말에 홍삼 뇌두 밑 1cm 부분을 자로 잰 뒤 쪼갰다. 윤 팀장 말대로 내부가 비었다.
고려인삼창 홍삼부는 정관장 홍삼 제품의 핵심이 되는 홍삼을 생산하고 원료를 공급하는 부서다. 정관장 뿌리삼 공정에서는 윤 팀장과 같은 25년 이상 경력자들이 모든 홍삼을 한 뿌리씩 수작업해 등급, 가격, 품질 등을 결정한다.
정관장 뿌리삼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90% 이상. 시중에서 접하는 대다수 뿌리삼은 윤 팀장 손을 거친 셈이다.
한국인삼산업법에 따르면 뿌리삼은 체형이나 조직, 빛깔, 표피 등 외형 상태와 홍삼 내공, 내백 등 조직 치밀도에 따라 천삼, 지삼, 양삼 등 3종류로 품질등급이 판정된다. 다리, 균열, 몸통 길이 등 그 감별법만도 수십 가지다.
이 가운데 천삼의 다리 조건은 균열이 1/3 이하며 길이가 몸통과 같거나 작아야 한다. 천삼 내부조직은 치밀하고 견고해야 한다. 머리 밑 1cm 이하 부분을 절단했을 때 내공(조직 내부의 공간이 생기는 것), 내백(갈색변화 없이 회백색으로 남은 경우) 직경이 0.5mm 이하여야 한다. 이 조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지삼, 양삼 등으로 등급이 내려간다.
정관장의 경우 최고 등급 뿌리삼만을 장인들이 엄선한 '천삼 10지(支)'(600g)는 620만원에 팔리는 반면 두 단계 아래인 '양삼 10지'(600g)는 80만원에 판매될 정도로 등급에 따른 가격 편차가 크다. 정관장에서는 홍삼 생산량 중 20%만이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뿌리삼 제품에 들어가고, 나머지 80%는 제품화 원료공급 농축액이나 추출액 등으로 분류된다.
윤 팀장이 KGC인삼공사의 홍삼등급 판별사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은 1987년이다. 홍삼 모양을 규격에 맞게 다듬는 정형공정만 10년. 이 과정을 거쳐야 등급을 정하는 조직선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천삼을 선별하려면 10년 경험을 또 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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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삼(좌)과 지·양삼(우) 판독 전 홍삼 뿌리삼. 홍삼 뿌리삼은 외형 및 내공·내백 등 기준에 따라 천,지, 양 삼 등 3종류로 분리된다. <사진=KGC인삼공사> |
윤 팀장은 "점 하나 크기 차이로 천삼이 되고 양삼이 된다"며 "잘라보지 않고 판단할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에 10년 교육 후에도 평가과정을 거쳐야 단계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삼부터 시작해 5년, 그다음 10년이 지나야 천삼을 볼 수 있지 그 전에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천삼을 볼 수 있는 최고의 단계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자격증인 셈"이라고 전했다.
◆누군가의 건강 지킨다는 자부심...자식보다 소중해
KGC인삼공사 고려인삼창은 품질부, 제품부, 홍삼부 등 3부서로 구성됐다. 그러나 정관장 뿌리삼 50%가 수출품이라는 점에서 윤 팀장의 홍삼부는 국내 홍삼의 신뢰도를 좌우하는 핵심 부서로 꼽힌다.
무작위 수시검역을 통해 천삼의 품질을 선별하는 중국의 경우 단 한 개의 뿌리삼 제품이라도 등급조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전체 수출품을 파기하거나 반품한다. 즉, 윤 팀장의 눈은 제품 가격뿐 아니라 회사와 국가 신뢰도까지 결정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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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GC인삼공사> |
그가 일하는 모습을 직접 관찰하기 위해 공장 내부를 돌았다. 1m 앞도 보이지 않는 암실에서 10여명이 홀로 앉아 한 줄기 붉은 빛에 의존해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홍삼 내부의 조직품질을 선별하는 '조직선별실'이다. 뿌리삼의 마지막 품질검사 과정인 만큼 20년 이상 내공이 있는 삼살이들만이 작업 가능한 부서다.
고려인삼창에서 홍삼 내공 27년을 쌓은 지난 2013년. 윤 팀장은 회사 핵심 부서인 홍삼부 생산팀장이 됐다. 이듬해에는 국내 홍삼의 세계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표창도 받았다.
윤 팀장은 "사람의 모습이 천차만별이듯 8000~9000톤 홍삼을 취급해도 모든 삼의 모습이 다르다. 표준이 있으나 홍삼 품질은 1번부터 1000번째까지 그해 기온, 강수량 등에 따라 또 달라진다"며 "선별사 판단에 따라 620만원짜리 천삼이 농축액 원료로 사용되며 30만원짜리로 떨어질 수 있다. 경험과 오랜 노하우가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