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케어·카드수수료 및 최고금리 인하 등 수익 훼손
[뉴스핌=김은빈 기자] 문재인 정부 100일간 서민을 위한 금융정책이 쏟아졌다.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를 비롯해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우대수수료율 적용대상 확대),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이다.
이들 정책은 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고, 경제 철학인 소득주도 성장론과도 맞닿아있다.
하지만 손해보험, 신용카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서는 달갑지 않다. 수익 기반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야한다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2금융권이 ‘서민 금융’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할 때라고 조언한다. 아울러 정부가 단발적인 정책이 아닌 금융에 대한 큰 방향을 제시해야한다고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뉴스핌DB> |
◆ 엎친 데 덮친 격…걱정이 태산인 제2금융권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추진된 카드 우대수수료율 적용대상 확대가 이달부터 시행됐다. 카드업계에서는 이로 인한 업계 전체적으로 3500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2019년부터 신용카드사가 부가가치세(이하 부가세)를 사업자 대신 받아 국세청에 납부하도록 제도를 개편한다. 연간 10조원이 넘는 부가세 탈루를 막는다는 취지로, 체납률이 높은 유흥주점업 등을 중심으로 시행된다.
카드업계는 이로 인해 가맹점들이 카드 사용을 더욱 기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정부가 하겠다고 발표했으니 해야하지 않겠냐”면서도 “카드사에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정책적 배려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초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로 인하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일각에서는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하면 저축은행과 다른 제2금융업권과 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박종옥 예금보험공사 경영분석팀 팀장은 “법정최고금리가 인하되면 저축은행이 금리대를 내려야하기 때문에 이들과 금리대가 겹치면서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히 새로운 금리대에서 영업을 해야하는 저축은행이 불리할 것 같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업 카드사 7곳의 평균 카드론 금리는 연 14.58%였다. 반면 저축은행 개인신용대출은 연 21~27%의 금리대였다.
금융당국은 또 저축은행 대출의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을 은행 수준으로 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의 부담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건정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금융제도 변화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난감해했다.
보험업계는 소위 '문재인 케어' 즉,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로 인해 고민이 깊어졌다.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로 인해 실손건강보험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급여항목을 늘리겠다는 방향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실손보험의 필요성이 현격하게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며 “어느 정도 속도로 급여에 편제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시장자체가 많이 축소돼거나 심각하며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민금융’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야…정부도 단발성 정책이 아닌 방향제시 필요
전문가들은 제2금융권이 말그대로 ‘서민금융’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금리에만 의존한 영업에서, 적재적소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그동안 제2금융권은 신용평가와 수요심사를 통해 금리를 차등부여한다기 보단 일괄적으로 고금리를 매겼던 측면이 있었다"며 "그런 방식으로는 앞으로 생존하기 힘든 환경이 됐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심사능력을 강화해 필요한 사람에게에 자금을 공급하는 서민금융의 역할로 돌아갈 때”라고 말했다.
제2금융권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야할 필요성도 커졌다. 이 교수는 “인터넷 전문은행도 들어오고, 중금리 시장의 경쟁자도 늘어난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원 마련 없이 저신용자 대출만으로는 경영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전문가들은 정부가 큰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는 “정부가 내놓는 금융정책이나 제도라는 게 그때그때 상황에 따른 단발성 대책 위주일 뿐 금융산업에 대한 큰 틀의 정책은 없는 것 같다”며 “금융에 대한 이해가 좀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고금리 인하는 제2금융은 물론 서민대출에까지 영향을 주고, 가맹점 수수료 역시 그 충격이 밴사나 밴 대리점까지 미치는 등 파급효과가 크다”라며 “금융제도는 늘 파생효과를 고려해야하는데 현정부는 그 부분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특별히 금융정책을 내놓은 게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현재 정부 뿐만 아니라 과거도 마찬가지지만 금융을 독립적인 산업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