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다니기만? “노마드, 공간 의미하는 게 아냐”
진정한 의미는 새로운 삶의 여행 떠나는 개척자
100세 시대. '인생 이모작'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은퇴. 직장이라는 경기장을 떠나 새롭게 펼쳐지는 광야로 나가야 하는 은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은퇴노마드'를 제시한다.
[뉴스핌=김범준 기자] 은퇴노마드란 '은퇴'에 '노마드(nomad·유목민)'를 붙인 말이다. 유목민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 때문일까. 정착 대신 여기저기 떠나는 게 떠오른다.
노마드는 공간 이동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특정 가치와 삶의 방식에 매달리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바꾸며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모든 방식을 의미한다.
은퇴노마드는 단순히 한국을 떠나 황혼 여행을 즐기는 것만이 아니다. 무기력한 여생을 거부하고 가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새로운 인생의 여정을 떠나는 '탐험가'이자 '개척자'다.
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 /김학선 기자 yooksa@ |
"창직(創職)이 답이다"면서 은퇴자들의 새로운 직업의 발굴을 도와주는 정은상(63·사진) 씨. 그 역시 스스로 '창직 카운슬러' 혹은 '퍼스널 브랜딩 코치'라는 생소한 직업을 창조한 진정한 은퇴노마드다.
◆ 인생 이(異)모작 시대
정씨는 은퇴 후 여생을 이모작(二毛作)이 아닌 '이모작(異毛作)'이라고 정의했다. "세컨드 라이프는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하면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요."
그 역시 학교를 졸업하고 20여 년간 똑같은 양복 차림으로 생활한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1999년 당시 46세의 나이로 명예퇴직했다. 그로부터 10년 뒤 2009년, 그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명퇴 당시 완전히 은퇴하기엔 이른 나이라, 경력을 살려 부동산자산관리사와 경영컨설턴트 등으로 재취업을 했어요. 하지만 재취업은 직무 '미스매칭(mismatching)' 때문에 스트레스가 따르죠. 그러던 중 '아이폰3'를 통해 만난 스마트한 세상이 저를 완전히 바꿔놓았어요."
정씨는 '스마트 세상은 신(神)이 중장년들에게 가져다준 최고의 선물'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부지런히 익혔다. 스마트 기기와 SNS의 무궁무진한 활용도를 깨닫고 주변에 전파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2013년 5월경 '맥아더스쿨'을 열고 본격적으로 중장년층의 은퇴 후 창직을 코칭하기 시작했다. 현재 그의 명함에는 '맥아더스쿨 교장'이라고 적혀 있다.
정씨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펼친 맥아더 장군의 나이가 무려 70세였다"며 "‘노장은 죽지 않는다’는 그의 정신을 본떠 '맥아더스쿨'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 아이패드 화가, 키워드독서 코치
정씨는 은퇴 후 창직의 대표 사례로 '아이패드 화가' 정병길(65·사진) 씨와 '키워드독서 코치' 윤봉기(여·60대) 씨를 소개했다.
'아이패드 화가' 정병길 화백 [출처=정병길씨 블로그] |
"정병길 화백은 농협에서 30여 년간 근무하며 지점장을 지낸, 저와 비슷한 금융계 은퇴자였습니다. 3년 전쯤 그림에 소질이 있던 그분께 스마트 기기의 스케치 앱 사용법을 가르치고 퍼스널 브랜딩을 도왔어요. 결국 국내 최초 '아이패드 화가'로 활발한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죠."
정 화백은 이미 12차례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한 '2014 시니어 IT일자리 사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윤봉기 씨는 평생 가정 일만 해온 평범한 60대 초반의 주부였는데, 활기찬 여생을 살고 싶다며 어느 날 저를 찾아왔죠. 우선 관심 있는 분야의 키워드를 선별해 관련 도서들을 집중적으로 읽는 '키워드 독서'를 시켰어요. 남들보다 특히 열심히 했는데, 어느덧 강연할 수준까지 되더라고요."
윤씨는 현재 여러 시·구립도서관과 주민센터 책방, 노인대학 등의 문을 두드리면서 '키워드독서 코치'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 중이다.
◆ 시작이 반, 나머지 반은 '의심'을 버리는 것
창직을 통한 은퇴노마드 생활을 곧장 쉽게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정씨는 '창직 7계명'으로 ①돈보다 가치가 우선 ②조급해하지 않기 ③독서하고 생각하고 글쓰기 ④따라 하지 않기 ⑤스마트 세상 관심 가지기 ⑥SNS를 통해 인맥·경험 넓히기 ⑦시작이 반, 나머지 반은 의심을 버리는 것을 들었다.
"약 5년간 코칭을 통해 180여 명을 만나봤지만 그중 20~30%의 사람만 꾸준히 노력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제대로 시작도 않고 포기해버려요. 수십 년간 살아온 삶의 방식을 리셋(reset)하는 데 빨라도 수개월이 걸리는데, 그 시간을 못 버티며 불안해합니다. 조급함과 자기 확신의 부족에서 비롯되는 것이죠. 일단 무언가 시작하면 그 길에 대한 의심과 불안을 버리고 즐겁게 매진해야 해요. 빨리 완벽하게 하려는 욕심 대신 유연함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