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소규모·해외 특별자산 펀드 수탁 꺼려
"증권사, 초기 전산개발 비용 부담에 수탁업 진입 부담"
[편집자] 이 기사는 9월 13일 오전 11시21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우수연 기자] 사모펀드 규제 완화로 신규 펀드 설정이 급속도로 늘면서 소규모 운용사들의 '펀드 수탁사 구하기'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펀드 규모가 작거나 특별자산을 담고 있는 경우 관련 업무에 비해 낮은 수수료가 책정돼 수탁은행들로서도 꺼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소규모 헤지펀드의 수탁업무를 하는 증권사 PBS 역시 은행에 재위탁을 맡기고 있어 중간에서 입장이 난감하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이후 올해 8월까지 신규 설정된 사모펀드는 총 9943개로 거의 1만개에 육박하고 있다. 같은 기간 공모펀드 신규 설정은 1412개에 그쳤다. 지난 2015년말 정부가 사모펀드를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면서 사모펀드 설정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자료=금융투자협회> |
작년부터 1만여개에 육박하는 사모펀드들이 한꺼번에 수탁사를 찾다보니 규모가 100억원 미만이거나 특이한 해외자산을 담고 있는 펀드들이 수탁사로부터 계약 거부를 당하는 일이 늘고 있다.
중소형 운용사 관계자는 "사모펀드 수가 급증하다 보니 (수탁에 대한) 허들이 높아져 100억원 이하 펀드들은 수탁사를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예전에는 3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설정에도 문제가 없었는데 요즘은 그정도 규모로 맡기면 수탁사에서 난감해한다"고 말했다.
펀드 규모 뿐만 아니라 해외채권 등 생소한 해외자산을 담은 경우에도 수탁사 찾기는 만만치 않다. 또 다른 운용사의 관계자는 "반응이 좋았던 해외 사모펀드의 2호를 설정하려고 했는데 수탁사 담당자가 곤란하다고 전해왔다"며 "자산의 리스크 등을 따져 (수탁사) 내부에서도 설득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운용사는 각 펀드 설정시 펀드 자산을 보관해줄 수탁사를 선정해야 한다. 국내에선 시중은행과 한국증권금융이 최종 수탁업무를 맡고 있다. 펀드 수탁사는 펀드자산의 보관과 관리, 환매대금·이익급 지급, 자산의 취득·처분 이행, 운용지시에 대한 감시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수탁수수료는 국내펀드의 경우 0.02~0.04%, 해외펀드는 0.05~0.07% 수준이다.
새롭게 수탁사를 선정하려는 운용사가 늘고 수탁사는 한정돼 있다보니 최근 수탁수수료도 오르는 추세다. 다만 운용업계에선 수탁수수료가 전체 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낮았던 탓에 수수료 상승에 부담을 느낄 정도는 아니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수탁수수료의 지속적인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 관련 시스템 개발 등 초기비용이 많이 드는 탓에 펀드 수탁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진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증권사 PBS(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도 수탁 업무를 하고는 있지만 결국 은행에 재예치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수수료를 나눠받고있다. 예를 들어 한 펀드의 수탁수수료가 0.04% 수준이라면 은행이 0.03%, 증권사 PBS가 0.01%을 가져가는 구조다.
증권사 PBS 관계자는 "소규모 헤지펀드나 특별해외자산을 담고 있는 펀드의 경우 최종 수탁은행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며 "헤지펀드 자산을 위탁을 받아 최종 수탁은행을 선정해야 하는 증권사로선 중간에서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증권사가 최종 수탁업무까지 영역을 넓히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본다. 초기 개발비용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아 아직까지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기 어려워서다.
앞선 PBS 관계자는 "은행은 공모펀드 수탁에 사용하던 시스템을 그대로 이용하면 되지만 증권사가 수탁업무를 하기 위해선 시스템 개발과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며 "초기 비용을 감안하면 손익분기점(BEP)을 맞추기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증권사 PBS가 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은 약 12조원 규모다. 연간 0.04%의 수탁수수료를 받는다고 해도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전체 수수료 수익이 4억8000만원 수준에 그친다. 초기 전산개발 비용만 각 증권사에서 30억~40억원이 드는데 비해 시장 전체에서 예상되는 수수료 수익은 4억원대로 현저히 적다.
이와관련,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실 관계자는 "시장 논리에 의한 현상인지 아니면 은행들의 편의 때문에 생긴 일인 지 우선적으로 현상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 원인에 대한 고민의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