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아저씨, 통학로 금연구역서 버젓이 흡연
통학로 금연구역 지정 지자체 몫…안된 곳도
금연구역 애매하거나 안보이는 통학로 다수
[뉴스핌=오채윤 기자] “아저씨, 제 손에 담뱃불 튀었어요!”
인천에 사는 김모(10)군은 등굣길에서 종종 담배 피우는 어른을 마주친다. 최근엔 담배 피우며 걸어가는 아저씨의 뒤에서 걷다가 담뱃불이 손에 튀기도 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8월 한달 전국 16개 시도에 위치한 보육·교육기관 200곳의 주요 통학로 흡연 실태를 점검한 결과, 4곳을 제외한 196곳(98%)에서 지속적인 흡연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122곳은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418명의 아동 모두 통학로 흡연 경험과 이로 인한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
흡연이 발생한 196곳 중 184곳(94%)은 학교 담벼락, 학교 뒤편 도로, 학교 출입문과 이어지는 횡단보도 등으로 조사됐다. 아동들의 주요 통학로인 학교 경계선 상에서 집중적으로 흡연이 발생하는 것이다.
현행법은 물론 조례상으로도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간접흡연의 위험과 담뱃불로 인한 사고에 노출된 곳이 많다.
서울에 사는 정모(8)군은 땅에 떨어진 담배를 호기심에 만져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어린이집·유치원·학교·학원 등 보육·교육기관은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그 범위가 교내 혹은 실내에 국한돼 있다. 아동들의 통학로와 같은 실외 공간은 각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지방자치단체별로 금연구역 지정이 제각각이고 대부분 통학로에서 흡연이 가능한 상황이다. 아예 실외 공간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은 지자체(충북‧경북)도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
눈에 띄지 않는 금연표지판도 문제다.
나뭇잎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금연안내 표지판 [초록우산어린이재단제공] |
학교 인근에 부착된 금연 안내 표지판은 학교주변 학교 앞 등 모호한 표현이 포함돼 있어 범위를 알기 어렵고, 잘 보이지 않는 낮은 곳에 부착돼 있거나 나무로 가려져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단 관계자는 “기존 금연구역은 물론 통학로 인근의 흡연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내용이 모호하면서도 눈에 잘 띄지도 않는 금연 안내 표지판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간접흡연 등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아동 통학로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했다.
[뉴스핌 Newspim] 오채윤 기자 (chae@newspim.com)